작고 아담한 독서의 발견이라는 책을 발견하다. 독서를 둘러싼 작가의 경험담, 작가의 이야기들을 무지 가볍고 핸디한 작은 책하나에 가득 담아놓았다. 독서라는 짧고 간결한 한개의 단어안에 책과 나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담기는 어렵다. 책을 읽으며 일어난 생각의 변화나 내 신체의 감동을 "독서"때문에 라고 짧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면, 그것은 나와 책사이에 일어난 모든 소소한 사건들을 모두 무시하고 그냥 독서라는 한개의 단어만으로 그걸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작가는 작가 스스로의 독서 경험에 대해서 산문시와 같은 글로 길게 길게 풀어놓기로 작정한듯이 술술술 책을 한달음에 써내려 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집은 절대 아니다.) 막힘없고 어딘지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시적으로 느껴지는 표현들로 독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적어놓았다. 그래서 그걸 읽는 나도 마치 연주하듯이 글을 읽었다. 책에서 잠시 손을 놓으면 열심히 치던 피아노에서 잠시 손을 뗀 느낌. 물론 난 피아노를 배운적은 있어도 잘 못친다. 그냥 그럴것이라고 예상할뿐. 악보치고는 좀 길지만, 두고두고 또 읽어도 마치 즐거운 음악같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오탈자가 몇개 있었다. 그러나 악보에서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사소한 리듬감을 발휘해 악보를 메웠다.

 나는 이렇게 짧은 글을 쓰는데도 낑낑대는데, 이 책의 작가이신 유영만교수님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정말 위대하시다. 어떤 사람들은 글을 쓰면 악보가 되고 말을 하면 음악이 된다. 나는 그런 분들이 참 부럽다. 다양한 변주로 몸과 마음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책들은 나에게 참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나는 더듬더듬 글자들을 연주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독서에 대하여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종종 반복 연주될 필요가 있는 순간에 처하는 분들은 꺼내서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럴것이고.

 2018년 5월 28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유영만교수님의 특강도 있다고 하니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글귀 몇개를 되새기며 후기를 마치려 한다. 영원히 기억할수 있는 글귀가 되기를.

 -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을 집약해 놓은 편견의 집합체다. 책을 읽고 쓰는 독후감 역시 저자의 펴견에 대한 독자의 편향적 해석의 산물이다. 따라서 책을 혼자 읽고 끝나기보다 함께 읽고 각자가 읽으면서 느낀 점을 토론할때 편견은 아집으로 굳어지지 않고 공감대역을 넓혀 하나의 일리있는 의견으로 공유될수 있다. (p. 56)

 -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와 돌아올때의 내가 다르듯, 책 읽기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르다. 읽기 전의 내가 읽은 후의 나를 만나 화해하는 과정이 바로 책읽기가 아닐까. (p. 97)

 -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의 책이나 나에게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 책만 계속해서 읽는다면 사고의 일대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고는 불편한 다른 생각과 만날때 또 다른 사고가 시작되는 법이다. (p. 108)

 -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영화 <허리케인 카터>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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