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에너지를 전하는 뮤지컬 <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공연]

글 입력 2018.05.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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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우리들의 삶의 풍경을 담아낸 뮤지컬


줄거리

1990년대 중반, 5명의 청춘들은 한 대학 동아리방에 모여 밴드 '바람'을 결성한다. 김광석처럼 삶을 이야기하는 진솔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풍세'와 락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상백'을 중심으로 고은, 은영, 영후가 모인다. 처음에는 오합지졸로 보였던 이들은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대학가요제 대상까지 탄다. 그러나 군대, 취업, 결혼 등을 거치면서 점점 청춘의 열정을 잃어가고 눈 앞의 삶을 살아내기에 급급하게 된 멤버들. 김광석의 노래처럼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변해갔던 이들은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모여 첫 콘서트를 연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하 <바람>)이 왜 가장 '김광석다운 공연'이라고 불릴까? 공연을 보고서 그 답을 알게 됐다. 단순히 김광석의 노래를 잘 재현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 공연은 김광석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그의 노래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공연이었던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담고 있는 삶을 밴드 '바람'이라는 또 다른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삶과 엮어냈다는 점이 바로 이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공연은 너무 재밌었다! 웃음과 감동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공연이었다. 주인공들의 약간 과장된 듯한 코믹 연기도, 오글거리는(?) 장면도 부담스럽기보단 그저 귀엽고 웃겼다. 개인적으로 이런 코믹 연출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말이다. 특히 '멀티맨' 역을 맡은 박신후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는 도저히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바람>은 웃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90년대의 '바람' 멤버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내 모습과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처음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며 바람 멤버들이 결성될 때부터,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나가고, 사랑하고,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이 좌절되기까지, 멤버들의 모습은 내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매우 흔하고 뻔한 이야기인데도 뮤지컬을 통해 보니 괜히 새삼스럽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런 주인공들을 보니 자연스레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물론 <바람>이 우리 삶을 완벽히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틱한 전개 속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유치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공연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람>은 삶의 고민을 녹여내고,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을 토닥여 주었다.

이 뮤지컬이 주는 위로는 김광석의 노래가 가진 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 '사랑했지만' 등 극 중 인물들의 상황과 꼭 맞아떨어지는 노래를 들으며 김광석이라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절절히 '삶'을 노래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의 노랫말은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혼자 힘든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사와 멜로디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풍세' 역을 맡은 조정환 배우의 이미지, 목소리, 노래 실력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고은'과 '풍세'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함께 노래하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실력 있는 배우들과 생생한 라이브 음악 덕에 김광석의 매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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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바람 멤버들이 콘서트를 여는 장면에서는 뮤지컬 <바람>의 관객들이 밴드 '바람' 콘서트의 관객들이 되어, 함께 즐거운 공연을 만들어나갔다. 무대와 다소 먼 자리인 2층에 앉았음에도 배우들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느낄 수가 있었고, 즐거운 현장 분위기에 나까지 저절로 흥이 났다. 사실 개인적으로 당일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공연 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완전히 잊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멀티맨 역의 박시후 배우는 <바람>의 모든 스태프들이 이 공연이 관객에게 작은 웃음, 작은 힘이나마 주길 바라는 바람으로 공연에 임한다고 했다. 관객들이 작은 위로라도 얻는다면 그게 공연하는 사람들의 큰 보람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 말은 정곡을 찌르는 것처럼 내 마음을 울렸다. 불행한 일을 잠깐이나마 잊고 웃을 수 있게 하는 것, 공연이 끝나고 나서 조금 다른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이게 뮤지컬 <바람>이 주는 힘 같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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