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조명을 보며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5.1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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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을 보고 쓴 오피니언입니다. 극의 내용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극을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베어 포스터.jpg
 

같은 공연(물론 같은 극이더라도 볼 때마다 다른 극이지만)을 10번 이상 보게 되니, 스토리 외의 것들에도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조명이 특히 눈에 들어왔고, 이를 인식한 이후로는 계속 조명을 신경쓰면서 봤다.





베어 더 뮤지컬은 주로 주황색(붉은색)과 파란색 조명을 쓴다. 이때 나는 파란색은 종교, 차가움, 현실을 의미한다고 느꼈고 주황색은 진실, 솔직함, 있는 그대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유를 의미한다고 느꼈다.


베어 ㅁ대사진.jpg
 

일단 'See Me'에서 파랑-주황-파랑-주황-파랑-주황 순서로 조명이 바닥에 깔린다. 이때 피터는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주황색 칸에서 노래하고, 클레어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파랑색 칸에서 노래한다. 피터가 울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자신의 숨겨왔던 진실을 들어달라고 외칠 때 클레어는 종교와 현실에 갇혀서 그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나중에 둘은 자리를 바꾸고 둘 모두가 주황색과 파란색의 경계에 선다. 이때 클레어는 주황색의 안에 있지만 주황색 조명의 끝에 위치하고, 피터는 파란색의 안에 있지만 파란색의 끝에 위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터가 ‘제발 내 얘기를 들어줘’, 라며 울부짖을 때 클레어는 주황색의 경계에 서있다가 한 발짝씩 멀어져서 주황색 조명에서 도망치고 피터는 파란색 조명에 갇힌다.

그리고 살짝 암전이 됐다가 바로 ‘Warning'이 시작하는데 이때 클레어에게 주황색 조명이 비춰진다. 클레어는 자신의 혼란과 솔직한 마음을 'Warning'에서 노래하고, 그 뒤로 피터와 제이슨의 입학식과 둘의 첫만남이 파란색 조명 아래에서 펼쳐진다. 우선 맨 처음 피터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각진, 꽉 막힌 작은 파란색 네모 안으로 의자를 들고 들어와서 앉는다. 나중에 6명이 다 앉으면서 피터만을 비추던 파란색 조명이 6명에게로 넓어지면서 제이슨까지도 파란색 조명 안으로 들어오고 피터와 제이슨은 서로에게 파란색 조명 안에서 호감을 느끼며 인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Cross'나 'Absolution'을 보면 제이슨과 피터가 고해성사를 하는 그 곳은 주황색 조명이고 고해성사실 천장, 그리고 계단과 계단 아래는 파란색 조명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황색 조명이 비치고 그 외적인 상황 및 장소에 대한 표현은 파란색 조명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커튼콜까지 끝나고나서 공연장을 나설 때 무대에도 주황색과 파란색 조명이 비춰진다. 주황색과 파란색이 모두 존재하는데 피터의 학사모, 즉 피터가 졸업식에서 하늘로 던져 제이슨에게 닿게 하는 그 학사모에는 주황색 조명이 비춰진다. 결국 주황색이 의미하는 것은 자유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끝나고 나오면서도 울컥했다.


베어 조명.jpg
 

사실 창작진이 의도한 것은 이러한 의미가 아닐 수도 있고 나만의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예술, 특히 연극과 뮤지컬의 경우 상상력이 하나의 감상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조명이 단순히 배우들의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많은 표현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꼭 조명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공연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공연을 관람하면 공연의 매력을 한 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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