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Iron Lady: 마가렛 대처 [영화]

글 입력 2018.05.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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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2012년에 개봉했던 <철의 여인 (The Iron Lady)>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의 인생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는 마가렛 대처의 정치인생을 보여줌과 동시에 화려한 이면과 대비되는 고독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가렛 대처가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급속하게 감퇴하고 집에 혼자 남은 채 외롭게 있는 모습으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자녀들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서 혼자 하루를 보내는 모습, 환각과 환청으로 이미 사별한 남편과 대화하는 모습, 경호원에게 철저하게 감시받으며 사는 모습 등 영화는 그녀의 퇴임 이후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과 총리로 임명되어 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모습을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가 그녀의 전성기였던 총리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 이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고 또 숨겨져 있었던, 그녀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그녀의 정치적 행보가 다소 생략되어 나타나는데 나는 이 부분을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처의 힘들었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가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들을 은근하게 피해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업시간, 마가렛 대처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당시 선생님께서 대처가 추진했던 정책 중 일부를 굉장히 강력하게 비판하셨었다. 또 영국 탄광 파업을 시대적 배경으로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알고 있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마가렛 대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나는 영화가 그녀의 정치행보를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점들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대처의 정책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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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지속적인 임금상승과 생산성의 저하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여 소위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영국병에 시달렸으며 급기야는 1976년에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마가렛 대처는 이러한 영국 사회의 침체되고 무기력한 상황을 영국병으로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리고 1979년 총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당시 노동당 정부가 고수해 왔던 각종 국유화와 복지정책 등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결정,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대처리즘으로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경제 개혁이다.

 그녀가 추진한 경제개혁을 요약하면 총 6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① 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의 삭감과 세금인하, ② 국영기업의 민영화, ③ 노동조합의 활동규제, ④ 철저한 통화정책에 입각한 인플레이션 억제, ⑤ 기업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⑥ 외환관리의 전폐와 빅뱅 등을 통한 금융시장의 활성화 등이다. 그 외에도 대처는 작은 정부의 실현, 산학협동 중심의 교육정책, 유럽통합 반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처리즘의 시행은 결과적으로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하는 데 매우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엄청난 실업률의 발생이 있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상승하는 실업률을 보며 대처 수상의 집권 시기에 교육받던 아이들은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와 급격하게 증가한 부모의 이혼, 가족해체 등으로 고통 받았고 이는 10대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흡연과 알코올에 의존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마가렛 대처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를 밀어붙이며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존경 받을 만하다. 그녀의 정책으로 그 당시 큰 문제였던 영국병을 고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녀가 도입한 정책으로 인해 일어날 부정적인 결과들을 간과 했던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대처리즘을 다시 생각해보자. 대처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부자들에게 지분을 팔아 단기간에 돈을 벌게 해주었다. 국민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고를 삭감하였고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던 우유 무료급식을 중단하였다.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던 인두세를 도입했다. 작은 집에서 가족을 보살피기도 힘든 가난한 서민이 넓은 영토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부자와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정당한, 그리고 평등한 것인가? 또 대처는 광부들과의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석탄 산업의 문을 닫는 것에도 성공한다. 이는 수 백 만 명의 노동자 계급의 삶을 부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처의 통치 기간 동안 실업자가 360만 명에 육박했고, 금리가 치솟았으며, 그녀가 허가한 공공주택의 매도로 인해 수천 명이 집을 잃었다. 영화에서 그녀는 “내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민생의 안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대처리즘의 부정적인 결과를 알고 있던 내게 그녀의 말은 마음에 와 닿지 못했다. 특히 앞에서 언급했던 <빌리 엘리어트>의 시대적인 배경(영국의 탄광 폐업정책이 추진되던 시기)에서 드러나는 노조의 탄압을 생각해보면 정말 그녀가 가장 중요시 한 것이 민생의 안정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85년 탄광 파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그 당시 고통 받던 노동자계급의 시선으로 당시 영국의 상황을 담아낸 영화이다. 1984년 당시 국영기업에 의해 운영되던 석탄 공사는 수익성이 매우 낮았는데, 마가렛 대처는 영국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내던 탄광들을 폐광하기로 결정, 배상금이나 벌금을 이용하여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했다. 그녀는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탄광마다 엄청난 수의 경찰을 배치했고 파견된 경찰들은 길거리에서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노조의 움직임)이 있어도 무조건 그들을 때리며 체포했다. 민주적인 절차 없이 폭력만이 난무했던 것이다. 영국병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그녀는 너무 많은 소수를 희생시켰다. 그녀는 영국병은 고쳤지만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던 민생은 병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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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Iron Lady >를 통해 1970년대 영국의 경제적인 상황과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대처의 정치 행보, 그리고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대처리즘의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언급했지만 대처가 영국의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이며 여권의 신장에도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시 정치 사회에 발을 들였고 여성이 아닌 같은 정치인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라서 목소리가 너무 앵앵거린다며 비난하던 이들에게 사람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라 내 말이라고 받아치던 모습과 당신이 할 수 있든 없든 결과에 상관없이 당신은 옳다-이 말은 곧 그녀 자신에게도 해당되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던 결단력 있는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다만 그녀가 정책을 시행하던 과정에서 고통 받은 서민들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왔고 < The Iron Lady >가 이러한 모습들은 담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는 일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힘들겠지만 대처가 국민들과의 소통을 조금만 더 중시했다면 그녀가 지금처럼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이렇게 강하게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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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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