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의 어딘가에서 시작된 전시 - '씨실과 날실로' 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5.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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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의 어딘가에서 시작된 전시 


'씨실과 날실로'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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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리는 전시들 중 우리의 일상을 소재로 하거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을 주제로 하는 것들이 더러 있다. 그런 전시를 접할 때면, 공간이 주는 힘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곤 한다. 가령, 욕실에서 매일 보는 비누가 전시장 한켠에 진열되어 있으면, '이것은 또 무슨 예술작품인가' 하고 바라보게 되는 경우와 같은 것들 말이다.

얼마 전 내부 보수를 마친 서울시립미술관이 재개관하며 처음 선보이는 전시, '씨실과 날실로' 展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시이다. 어느 동네에나 한두 곳은 있을 법한, 옷을 수선해 주는 점포의 재봉사 아주머니의 음성, 섬유에 대한 이야기들, 그에 맞추어 흐르는 미싱하는 화면들. 아주 익숙한 이 광경을 전시장 입구에 영상으로 제작해 펼쳐놓으니, 제법 그럴싸하다. 옷 수선을 맡기고 기다리며 아주머니와 두런두런 할 법한 이야기들과 삶의 고단함들이 전시장에서 펼쳐지니, 어쩐지 장인의 이야기, 예술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예술을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정의하고 볼때, 일평생 기술을 넘어 기예(기술과 예술)를 해온 이들의 삶 자체가 예술이 아닌가 싶은 소회 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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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상미술 작가의 작품인가 하면, 섬유 장인 혹은 기능공의 정성에서 비롯된 것들이고, 어떤 맥락의 현대미술인가 하면, 그저 여성들의 협업에서 비롯된 어떠한 것인. 일상과 예술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상에서 보아왔을 법한 소재들임에도 아주 멋들어지게 펼쳐놓으니, 관심이 가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자유롭게 전시를 돌아본 후, 전시의 의도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다. '자수, 직조, 뜨개와 같은 행위들을 그저 여성들의 일로만 여기던 편협한 시선에 대한 반격.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기존 체제에 저항을 하는 행위들. 예술과 일상, 장인과 예술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조명... . ' 서울시립미술관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왜 이러한 전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다시금 명료해지는 순간이다.

일상을 주제로 해서 진부하거나, 전시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또한 편견일 수 있다. 일단 만나보라. 어지간한 현대미술보다도 훨씬 매력적이고 정감이 가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전시는 6월 3일까지 이어진다.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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