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월스트리트, 편법과 정도의 기로에서 선택하라 [영화]

글 입력 2018.05.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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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움직이는 전광판,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주식의 가치는 정보와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개장 시간부터 폐장 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어서 주식 시장은 마치 끝없는 눈치 싸움과도 같다. 이러한 증권거래소와 증권회사 등이 몰려 있어서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집합체라 불리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월 스트리트(Wall Street)'이다.

월 스트리트 내 증권거래 시장에는 유명한 큰 손들이 몇몇 있다. 이들이 어떻게 한치 앞도 모르는 주식 시장의 판도를 읽고 부를 쌓는지 일반 사람들은 알 길이 없다. 그저 브로커가 추천해주는 주식을 사거나 시장에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남들처럼 '될 것 같은' 주식을 사는 것이 고작이다. 주인공인 브로커 버드 폭스 역시 야망은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남자였다. 그래서 주식계 큰 손인 고든 게코와의 접촉을 시도하며 끈질기게 그의 트레이딩 방식을 알고자 한다. 하지만 '게코에게는 무언가 특별하고 현명한 방식이 있겠지?'라는 순수한 야망은 더러운 실체를 마주하며 타락해 버리고 만다.



1. 편법 VS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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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폭스(사진 오른쪽 남성)는 자신감 넘치는 젊은 브로커다. 권력과 부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그는 59번이나 연락한 끝에 주식 시장계 큰 손인 고든 게코(사진 왼쪽 남성)를 만나게 된다. 버드는 게코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노조 회장으로 일하는 블루스타 항공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게코가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 그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게코는 버드의 고객이 되어 그에게 라이벌의 정보를 알아오라는 등의 임무를 맡겨 자신의 부를 늘림과 동시에 버드의 입지를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게코가 사용하는 모든 방법은 내부자 거래, 해외 계좌 거래, 정보 유출 등의 불법과 편법이다. 게코의 말을 그대로 듣고 실행하는 사냥개가 된 버드는 무엇이 잘못된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대의를 위한 당연한 수단'이라고 합리화하며 게코와 같은 방법으로 부를 쌓으며 자신의 야망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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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버드 폭스의 아버지 칼 폭스(사진의 남성)는 아들의 이러한 성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칼 폭스는 블루스타 항공에서 20년을 넘게 일한 노조협회장으로 '일 한 만큼 받는다'는 노동에서의 정도를 지키는 인물이다. 그래서 원래부터 아들이 일하는 브로커 일과 주식거래를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얄팍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멸시했었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아들이 돈만 생각하고 그 외의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고든 게코에게 망해가는 블루 스타의 인수를 맡기자고 설득하니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인수를 허락하지만 아들의 판단은 틀렸다. 버드는 게코가 블루 스타를 살려줄 것이라 믿었지만 게코는 블루 스타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마자 회사를 분할 매각해 팔아치우기로 한 것. 아버지가 옳았고 자신이 지금까지 게코를 도와주며 배웠던 편법이 자신과 주변을 옭아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버드는 결국 게코에게 복수하며 아버지 곁으로 돌아간다.

영화 '월 스트리트'의 내용은 아주 심플하다. 화려해 보이는 편법의 실상을 몰랐던 주인공 버드 폭스가 그 화려함에 이끌려 고든 게코라는 나쁜 길을 걷다가 후에 깨달음을 얻고 다시 정도로 돌아가는 반전 없는 권선징악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법과 정도 사이에서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길을 택했을지?'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하기 꺼려진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대한 부를 얻으려면 정도로는 힘들다는 현실 때문이라는 변명인지, 타협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2. 욕심에 대한 찬양, 달콤한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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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 스트리트'는 사실 스토리보다는 고든 게코라는 캐릭터로 더 유명한 영화이다. 그리고 게코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틸다 제지 주주총회에서의 욕심 찬양론 연설이다.


욕심은... 선합니다.
욕심은 정당합니다.
욕심은 효과적입니다.

욕심은 진화적 정신의 정수를
명확히 보여주고
관통하며 포착해냅니다.

모든 형태의 욕심은···
삶, 돈, 사랑, 지식에 대한 욕심은
인류를 윤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욕심은 텔다 제지를 살릴 뿐 아니라
미국이라 불리는 고장난 기업을
살려낼 것입니다.


고든 게코의 행동은 언제나 돈이 중심이다. 돈이 벌리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하거나 패를 버린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욕심은 위에 언급한 대로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살도록 도와주는 선하고 정의로운 것이다. 사실 이 연설에서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으로 인해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하며 인류는 진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시장인 지금의 금융시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그들의 욕심으로 굴러가며 기회를 잡은 사람들에게 돈을 쥐여준다.

그러나 게코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게코는 욕심이 결국 모두에게 이롭다고 말하지만 이는 결과일 뿐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블루 스타 항공 건만 하더라도 해당 회사를 분할 매각하면 수많은 실업자가 생기지만 매각 시 생기는 자신의 이익과 시장 경제를 원활하게 한다는 전체적인 흐름만으로 욕심을 '좋은 게 좋은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큰 그림만 그리면서 세부적인 붓 터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 멀리서 보면 그 그림이 좋아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서 보면 희생자들의 피로 얼룩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좋은 그림, 즉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적당한 욕심은 우리 생활에, 더 나아가서 나라에 활력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 욕심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고든 게코의 욕심 찬양은 편법을 사랑하는 자산가의 달콤한 합리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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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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