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간결해서 더욱 깊은 초상화, 알렉스 카츠전

글 입력 2018.05.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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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아름다운 그림은 어느 정도 ‘노가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림의 섬세한 무늬, 세세한 표현의 존재여부가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척도였다. 작가가 공을 더 많이 들여서 더 복잡한 그림일수록 감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무언가를 더 ‘넣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든게 ‘더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절제의 미학. 덜고 덜어서 가장 간결한 선만으로도 수많은 것들을 전달하는 작품은, 때론 화려하고 복잡한 작품보다 강했다. 알렉스 카츠의 그림도 이런 ‘강한’ 그림에 속했다.

알렉스 카츠는 세계 10대거장이라 불리는 현대초상회화 작가다. 작가의 작업 스타일 중에 가장 큰 특징은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크롭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다. ‘크롭-클로즈업’의 방식을 이용한 대담한 구도는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방식과 같이 관람자가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단색으로 깔린 배경에서 깔끔한 선으로 정리된 인물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앗아간다. 그의 그림에서의 인물은 사진같이 입체적이진 않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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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그의 그림이 주는 강렬함만큼 흥미로운 것은 그의 작업방식이다. 그는 보드지에 재빠르게 스케치한 후 유화물감을 써서 순간에 포착되는 이미지와 색채를 완성한 후, 종이에 연필 또는 잉크로 대상의 인상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작가랑 다를 것이 없다. 이 상태에서 들어가는 ‘카툰’작업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카툰은 간단히 말해 캔버스와 동일한 크기의 갈색 종이에 앞 세 단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얻은 이미지들을 윤곽선만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고 지울지를 충분히 고민하다. 어떤 것들을 지워야 인물이 충분히 표현되면서도 간결함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 작업이 끝난 후 카츠는 카툰의 윤곽선을 따라 톱니바퀴 롤러를 이용해서 구멍을 낸 뒤 캔버스에 올린다. 그리고 초크나 목탄으로 카툰에 뚫린 작은 구멍을 따라 문질러 그 자국이 캔버스에 남도록 작업한다. 카툰이 그의 작업의 밑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 작업들을 통해 그는 사진과는 다르면서도, 사진보다 더 인물의 내면을 면밀히 드러낸 초상화를 완성시킨다.


CK 13_ 2017.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전은 이런 알렉스 카츠의,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그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신구 작품 70여점을 공개한다. 그 중 무려 20여점은 최초 공개되는 신작이다. 무려 92세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작업한 ‘CK'와 ’코카콜라‘ 작업물은 그림에 대한 그의 끊이지 않는 열정은 물론, 그의 세련된 감각은 나이와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Ada_2011.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는 그의 평생의 뮤즈인 부인, ‘아다(Ada)’를 선보인다. 평생 동안 무려  250여점 이상 그려낸 그의 부인은 그의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초상화 속 아다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지만 그림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형성해간다. 그와 함께 삶을 살아가면서, 그의 그 오랜 예술세계의 변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아다는 알렉스 카츠의 예술 그 자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알렉스 카츠의 그 특이한 작업방식은 물론, 고령에도 꺼지지 않는 그의 열정이나 아다를 통한 그의 예술 세계 등. 그의 작업을 통해서 ‘그’ 자체를 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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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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