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도서]

글 입력 2018.05.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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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는 작가 부부가 영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영국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그들이 정말 일상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들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총 3부분으로 내용이 나뉘는데 1부는 물질적인 부와 관계없이 여유로운 삶을 사는 영국인들, 2부는 지금의 영국을 있게 만든 또 현재의 영국을 움직이는 힘, 마지막 3부는 전통으로 여겨지는 교육에 대한 내용이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내가 알고 있었던 영국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책을 읽기 전 내가 생각하던 영국의 이미지는 흐린 날씨, 늘 우산을 들고 다니는 영국 신사,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나는 대중매체를 통해 영국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jtbc의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인 영국 남자를 즐겨봤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해리포터와 영국 드라마인 셜록 홈즈 정도? 이 책을 장점은 영국에서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잘 표현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나도 금세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01.


 책의 1부에서는 영국인들의 성격, 고집스러울 만치 옛것을 고수하는 태도, 그들의 취미와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책의 내용 중에 작가 부부가 3주일 만에 보일러를 고쳤다는 이야기, 자전거를 배달 받는데 거의 2주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격이 급하고 "빨리 빨리"가 일상인 내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영국은 물가가 정말 비싸고 세금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나 소득이 적을수록 세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필요가 별로 없다. 정말 돈이 필요할 때는 정부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돈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월급이 적어도, 세금이 무거워도 큰 불만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새벽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도 않는다. 일보다는 가정이, 그리고 회사에서의 성공보다는 개인의 건강과 행복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식의 태도로 느긋하게, 외국인인 우리가 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 살아간다. 여윳돈이 남으면 조금씩 모았다가 1년에 한두 번 유럽으로 휴가 가는 것이 최고의 낙이요, 평소에는 정원을 가꾸고 동네 펍에 모여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정부는 구성원들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의 질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여유로운 삶을 영국인들은 즐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는 길 곳곳마다 골동품 가게가 있고 도시마다 박물관이 있으며, 그 박물관에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몇 백 년 전에 사용하던 생활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냄비, 골무, 아기 옷과 같은 그다지 비싸고 좋은 것도 아닌 물건 들이 말이다. The Coronation Street라는 인기 연속극은 1950년부터 거의 반세기가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으며 자동차도 한 번 사면 10년은 기본이요, 20년 이상 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이사 갈 때마다 가구를 바꾸고 늘 새것을 선호하는 우리에게 오래된 냄비나 낡은 옷을 전시하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작가는 위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영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물질적인 풍요함 때문이 아니라 바로 생활 구석구석에 살아 있는 전통의 힘, 그리고 사회를 끌고 가는 기본적인 룰이 합리적인 이성과 도덕, 그리고 약자에 대한 관용이라는데 있다고 말한다.



02.


 2부에서는 영국의 교통수단, 음식 문화, 날씨 그리고 문학작품에 대해 알 수 있었다. 2부의 첫 장에서는 신문을 영국을 움직이는 힘으로 소개한다. 작가에 따르면 영국의 신문들은 제각기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물론,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로 신문을 읽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특성을 가장 정확하고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제각각의 신문들이 각자 다른 계층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통해 왜 영국이라는 나라가 선진국인지, 영국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고 한다.
 
 사람들이 영국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꼭 나오는 주제는 바로 그들의 맛없는 음식이다. 인터넷에서도 심심치 않게 영국의 음식이 얼마나 맛없는지에 대한 경험담 혹은 논쟁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에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충격적인 음식 사진들 밖에 없어서 나는 ‘정말 영국에는 저런 음식들 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작가는 영국의 음식이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전에 영국에는 딱히 먹을 만한 음식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영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길거리 음식이 없고 어쩌다 음식점을 발견 하더라도 영국의 전통 요릿집이 아니다. 지역색을 가진 맛집이 생기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또 영국인들은 차를 정말 좋아하는데 보통 하루에 3번은 꼭 차를 마신다고 한다. 그들에게 오전과 오후의 티타임은 하나의 불문율과 같다. 영국인들에게 “도대체 차를 왜 그렇게 자주 마시는거야?”라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티타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영국인들에게 티타임은 그들의 국민성이자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03.


 3부에서는 영국 대학생들의 학교생활, 공부, 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케임브리지의 도서관 시스템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케임브리지에는 칼리지 도서관, 학과 도서관, 그리고 대학 도서관 이렇게 3종류의 도서관이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딱히 캠퍼스가 없고 도시 곳곳에 학과와 칼리지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중앙도서관에 모든 자료가 소정되어 있다면 도서관 먼 곳에 있는 칼리지와 학과 학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서관이 분산되어있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도서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칼리지는 한국의 독서실이고 학과 도서관은 특정 학문의 책만을 모아둔 장소, 대학 도서관은 중앙 도서관의 개념이다. 여기서 내가 신기하게 느꼈던 점은 학과 도서관이다. 학과 도서관은 자율관리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내가 필요한 책이 있다면 대출기록부에 사인을 하고 나오면 된다. 내가 한 사인이 내가 그 책을 대출했다는 대출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누군가가 대출 하고 있다면 대출기록을 보고 그 사람에게 찾아가야한다. 정말 말 그대로 “자율 관리”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책을 훔쳐가도 아무도 알지 못하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특정한 자격이 있어야만 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케임브리지 도서관의 자율체제는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웠다. 내가 다니는 학교만 해도 학교의 학생이 아니면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고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학생증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출입은 물론 자율대출과 반납이라니.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영국, 바꾸지 않아도 되는 나라는 내게 영국은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넘어서 바꾸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옛것을 중히 여기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여유로운 삶을 살 줄 아는 것. 영국인들의 이러한 점들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금의 영국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영국인의 이러한 점들이 현재의 영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국하면 해리포터, 셜록 홈즈, 홍차, 날씨와 같은 막연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 책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책을 통해 영국인들의 가치관, 삶, 문화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영국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일들과 소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이야기하듯 풀어내서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또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 내게-아직 나라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책의 마지막에 영국 여행 정보, 어학연수, 유학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어서 더 유익했다.


영국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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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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