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문 같은 희곡 운문 같은 공연 - 손 없는 색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산문 같은 희곡 운문 같은 공연
글 입력 2018.05.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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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같은 희곡 운문 같은 공연"


손 없는 색시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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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이번에 볼 연극 <손 없는 색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은 공연이다. 외국에는 원작 '신데렐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손 없는 색시'랄까.

인형극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시놉시스를 보고 비장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들어갔다.


손 없는 색시 연습 사진 (6).jpg
 


인형과 오브제로 만든 연극


여기 나오는 인형과 에어바운스와 같은 소품 하나, 무대까지 자체 제작을 하는 바람에 준비과정이 정말 길었으리라. 덕분에 천장에 나무로 된 격자 모양의 틀에서 도르레를 사용해 무대 소품을 오르내리고 인형 등 다양한 오브제가 생동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이렇게도 표현을 할 수 있구나싶은 창의력이 돋보이는 표현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 있는데, 인형의 눈이 왜 다 감겨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끔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인형은 사실 한 가지 표정을 가지고 모든 연기를 해야 하거든요. 어떤 사람은 인형이 눈을 감았다고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떴다고 보기도 하고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인형을 보는 눈이 전혀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인형이 가진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시는 관객분들의 마음의 눈을 통해서 그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럴 때 저는 감은 듯 뜬 듯한 눈이 가장 상상의 여지를 열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눈으로 만들게 된 것 같아요."라는 류지연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눈을 통해 인형들을 바라본 것인지 인형의 표정이 하나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웃으면 인형도 따라 웃고, 배우가 슬퍼하면 인형도 따라 울고 있는 듯한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손 없는 색시>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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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엄마'? 손 없는 '색시'?


색시는 아이를 낳거나 먼 여행을 떠나기에 아직은 젊고 부족한 존재다. 애를 낳기에도 젊고, 상처를 받기에도 젊고, 이런 대단한 여행을 늙은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도 젊고, 또 살구 밭 주인 같이 유혹의 손길도 많다. 뭘 헤쳐 나가기에 능수능란하지 않으며 부족하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듯, 처음에 색시는 아주 작은 인형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아이, '붉은 점'보다도 작은 엄마였던 색시는 붉은 점과 함께 여행을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큰 인형으로 교체된다. 파란만장한 여정을 해쳐나가며 점차 성숙해진다. 색시에서 엄마로, 그리고 엄마에서 여성으로, 더 나아가서는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한 한 명의 '인간'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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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상처와 치유


어떤 일을 회복되기 힘들거나 전혀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상처 회복의 다른 의미가 아닐까. 도망친 손과 우물에서 다시 만나는 색시는 손이 떨어진 부위가 이미 아물어서 손을 붙이려 해도 붙일 수가 없다. 대신 늙은이로 태어났던 아이가 우물 속에서 손과 하나가 되면서 진짜 어린아이로 되돌아오는 과정은 기존 설화와 다른 부분이다. 이처럼 각색을 함으로써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 이었을까.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 큰 슬픔과 사는 것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배경과 그 끝에서 만나는 손은 극심한 고통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삶과 죽음은 같이 붙어있다고 생각한다. 희극과 비극이 밀접하게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도 스토리는 무겁고 기괴할 수 있지만, 즐거운 놀이처럼, 한판 굿처럼 풀어내고 있다. 

인형극이라고 하면 아동극이 떠오르지만, 이 연극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마음속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듯 더 위로를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마치 산문 같은 희곡 운문 같은 공연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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