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실적이기에 무서웠던 영화 "Contagion"을 보고 [영화]

글 입력 2018.05.12 02: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수능이 끝나고 한가하던 때, 교실에서 다같이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친구들끼리 무서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영화가 제일 무서운가”에 대해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좀비가 제일 무섭다고 했고, 누군가는 칼에 찔리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또 누군가는 귀신이 제일 싫다고 했다. 그러나, 지나가다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다. 이 놈들아!”라는 말씀으로 길고 긴 논쟁의 해답을 내주셨다.


컨테이전.jpg
 

  영화 <컨테이전>은 번뜩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전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게 되고 영화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무섭게 느껴졌던 것은 전염병보다 사람 때문이었다. 사람의 본 모습은 가장 힘들 때에 드러난다는 말처럼 영화는 전염병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냉담하고도 추악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박사.jpg
 

  홍콩에서 시작한 새로운 전염병은 손에서 손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져 곧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이러한 전염이 더 이상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치버 박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 중 가장 인상 깊고 애정이 갔던 역할은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에린 미어스 박사였다. 그 누구보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병의 원인과 해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그녀는 결국 전염병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가 얼마나 큰 용기를 갖고 열정적으로 일을 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인류를 위해 실천했던 노력을 알아주려는 사람은 치버 박사 정도였지만 그 또한 그녀를 구해내지는 못한다. 영화 속에서 에린 미어스 박사는 결국 전염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이 수용된 차디찬 체육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시신을 담을 가방도 없는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비닐로 꽁꽁 싸인 채 땅에 묻히게 된다.

  이러한 영화 속 스토리가 정말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이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신종 플루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나고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병의 확산을 막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든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공포는 사람들의 이성을 좀먹고 그들이 의연하게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지 못 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인류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이해해주고 그들의 희생을 감사히 여기기보다는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컨테이전4.jpg
 

  영화 속에서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막강한 인플루언서, 앨런이 음모론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는 세계보건기구인 WHO가 전염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했음에도 이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공포심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에 분노한다. 실제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WHO나 국가 기관이 치료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공개를 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건강과 관련된 때만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선 항상 음모론이 존재했던 것 같다. 어쩌면 상황 타개를 위해 가장 노력하는 존재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을 되려 범죄자로 몰아가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 이러한 음모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혼란이 실제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기에 영화가 더 이상 영화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컨테이전3.jpg
 

  영화에 등장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무서운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음모론이 사람들의 이성을 잠식하고 루머가 점점 퍼져 뉴스를 통해서도 논의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폭동이 일어난다. 학교, 공공 기관, 마켓을 포함한 모든 곳의 활동을 멈추고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는 공포감으로 인해 사람들은 슈퍼마켓을 습격하고 배급 받은 음식을 들고 가는 사람들 중 연약한 사람들의 음식을 가로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빅 인플루언서, 앨런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WHO가 치료제를 개발했으나 일부러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그 치료제는 바로 개나리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이것은 사실 앨런이 만들어낸 허위 사실이다. 그는 살고 싶은 사람들의 절박함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였던 것이다. 타인의 가장 약하고 절박한 순간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앨런의 모습은 정말 추악했지만 충분히 가능했기에 그리고 실제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상상해보니 나에겐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이기에, 영화이기에, 그리고 제3자이기에 지금은 합리적인 생각이 가능하지만 만약 실제로 이러한 일을 겪는다면 나 또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실제로도 제3세계에서, 그리고 가끔씩 전염병으로 세계가 들썩일 때마다 현장에서 노력할 전문가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조차도 극복해낼 수 있는 상위의 동기가 작용한 것일까? 갑작스럽게 생긴 의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그들의 열정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언젠가 나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도 이겨낼 동기를 찾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