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이드북? 에세이? 맥주 버킷리스트!

글 입력 2018.05.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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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여행 가이드북은 ‘국가’, ‘지역’, 혹은 ‘도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유럽이라든가, 중국이라든가, 오키나와라든가, 뉴욕이라든가. 하지만 그런 가이드북들을 뒤적이다보면 물론 여행이라는 게 관광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겠지만 너무 ‘관광’이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결국 90%이상의 사람들은 어떤 장소를 여행할 때 비슷한 가이드북을 보고, 비슷한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고 거기서 거기인 여행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만의’ 여행을 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명소를 방문하는 대신 한 숙소에 오래 머물며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즐기는 이도 있고, 클래식을 사랑하는 어떤 이는 클래식과 관련된 도시와 장소만 찾아서 여행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여행들을 돌이켜보면 남들 다 가본 곳이니 나도 가봐야지 싶은 마음에 방문했던 곳들도 좋긴 했지만 나만의 주제를 정하고 여행을 즐겼던 일이 마음속에 더 특별하게 각인될 때가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영화 ‘비포 시리즈’에 등장한 장소를 찾아다녔던 일이나, 벤쿠버에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했던 일이 그랬다. (벤쿠버에서 시간이 남아 돌았던 나는 아침엔 갤러리 카페에 가서 일기를 쓰고, 낮엔 츄리닝 바람으로 자전거를 타고 사람 구경을 했으며, 도서관에서 현지인처럼 글을 쓰고, 숙소 앞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았더랬다.) 이들 역시 세상 모든 이들의 여행과 완벽하게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서 쉽게 보고 베낄 수 있는 루트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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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수제맥주 >는 그런 의미에서 ‘맥주’를 주제로 하는 독특한 ‘테마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전달에 치우친 느낌을 주는 ‘가이드북’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이 책의 매력을 설명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 오늘은 수제맥주 >의 저자인 오윤희와 원관연은 직장인 신분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오로지 맥주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직장인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했을 주말을 전국 브루어리를 돌아다니며 보내왔던 것이다. 그만큼 수제 맥주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을까,  꽤나 차분한 문체로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보면 문장마다 '수제맥주 덕후'들의 사랑이 못 이기고 베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서울부터 제주도에 이르기 까지 각 지역별로 70여 개의 양조장과 펍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소개라는 것이 단순히 육하원칙에 따라 누가, 어디서, 왜, 언제, 어떻게, 무슨 맥주를 얼마에 파는 가에 그치지 않는다.



오후 반차를 내고 강릉으로 향했다 / 고향인 평창 대관령을 지나는데 비바람이 거세진다 / 
그 바람을 타고 와 마시는 맥주 / 홀로 만끽하는 여유가 감사한 시간 / 감성적인 공간에서 맥주 마시며 글을 쓰는 행복 / 여행의 기술이란 이런 것이리라.

2017.10 강릉 버드나무 버루어리
 

 이렇듯 저자는 여행 중에 남긴 짧은 일지를 굳이 지면에 담았다. 수제맥주와 수제맥주를 파는 장소에 관한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제맥주와 함께 하는 여정과 공간, 그 자체가 주는 분위기와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두 저자는 브루어리 혹은 펍에서 제공하는 맥주 중 추천하고 싶은 맥주와 그 이유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마치 두 사람의 손에 이끌려 전국 팔도를 다니며 수제맥주 투어를 다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저자는 어떤 브루어리가 풍기는 느낌과 그것을 배경으로 맛보는 수제맥주의 향을 보다 생동감있게 전해주었고, 이로써 책이 내세우는 '소확행' 의 이미지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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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렇듯 감성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여행 에세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 오늘은 수제 맥주 > 에 가득 담긴 유용한 정보들 때문이다. 에일이나 라거, 드래프트 비어나 탭룸, 홉 등 그저 외래어라는 이유로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받곤 했었는데, < 오늘은 수제맥주 > 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의외로 재밌고 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맥주의 재료와 양조 과정 역시 단순하고 깔끔한 일러스트로 표현했고 우리나라의 첫 맥주라든가 크래프트 비어의 뜻, 각종 맥주에 얽힌 이야기 및 용어들을 정리함으로써 수제맥주 입문자들도 어렵지 않게 수제맥주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쓸만한 '상식들'을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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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던 중 친구들과 여름방학에 강릉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문득, < 오늘은 수제맥주 >에 강릉 브루어리도 소개되었던 것 같아 다시 책장을 들춰보았고 그곳이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걸 알았다. 1박 2일로 잠시 쉬어가는 여행에 < 오늘은 수제맥주 > 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이곳을 한 번 들려보는 게 어떨까 싶어 일행에게 제안을 해보니 꽤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해서 나는 이번 여름에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은 나의 첫 브루어리가 될 것이고, 그곳에서 마실 맥주가 나의 첫 수제맥주가 될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 오늘은 수제맥주 >를 맥주 버킷리스트라고 정의했다. 여행을, 혹은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의 추억과 삶을 보다 풍부하게 가꾸어 줄 버킷리스트 말이다.  특별부록에서 브루어리 별로 할인 쿠폰과 굿즈 증정 쿠폰도 제공해주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로써 우리들의 여행은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즐거워지겠지. 그리고 그 여정엔 언제나 < 오늘은 수제맥주 >의  저자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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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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