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에 예술을, 도시에 활력을 [문화 공간]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성장과 고민
글 입력 2018.05.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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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음악을 듣기 위해 콘서트장에 가고,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가고, 차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모든 것을 단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 불리는 그런 곳들이 이젠 아주 흔해졌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전시 공간과 콘서트홀, 연극 공연장과 카페, 식당 등이 한 곳에 모인 예술의전당이 1988년 서울에 처음 개관한 이후, 크고 작은 복합문화예술공간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서울 곳곳에 개성 넘치는 공간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형태는 다양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주도하여 설립한 문화예술센터뿐 아니라, 기업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현대카드나 KT&G 등), 혹은 비영리단체에서 문화 예술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 설립한 공간도 있다. 미술관에서 더욱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여러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마켓이나 음악 공연, 공방 스튜디오, 강연 및 세미나 공간을 상시적으로나 이벤트성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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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의 다양한 문화예술행사
 

각각의 기관마다 성격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은 일반 대중이 예술을 일상적 공간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예술 작품을 본다는 것이 일상에서 동떨어진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친구와 나들이 겸 만나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일상적 행위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시각 미술, 공예, 음악, 퍼포먼스 등 예술 장르 사이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예로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보안 1942’는 “보고(See), 거주하고(Sleep), 먹고(Eat), 읽고(Read), 걷기(Walk)를 제안하는 문화예술 공간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엮어가는 문화예술 플랫폼”을 모토로 갤러리, 서점 겸 주점, 화원, 브랜드 상품점, 카페 겸 밥집, 그리고 게스트하우스까지 한 건물 안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책을 구경하는 평범한 행동을 하면서도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단지 하나의 공간에 들어가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 속에서 예술적 생동감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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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여관(위) 보안1942 건물 지하의 보안책방(아래) 책방 겸 술집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생겨나는 ‘재생 공간’들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도시 재생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구 서울역을 새로 단장해 전시와 공연, 교육프로그램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문화역 서울284’, 폐쇄될 위기에 처한 목욕탕을 “예술로 씻다”라는 컨셉으로 전시와 공연 등이 열리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아현동의 ‘행화탕’, 폐공장의 외관과 내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살려 전시 공간, 공연장, 교육 세미나 장소, 카페, 펍 등으로 개조한 부산의 ‘F1963’ 등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앞서 소개한 ‘보안 1942’ 역시 70년 동안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가 묵다 간 ‘보안여관’ 바로 옆에 세워진 건물이다. 이 보안여관도 폐업한지 오래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옛 건물을 갈아엎는 대신, 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용도만 바꾼 이러한 사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컨셉과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이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다양한 개성으로 생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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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차례로) 아현동 행화탕, (구 서울역) 문화역 서울284, 부산의 F1963
 

그러나 이러한 공간들이 SNS 상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진정성 없이 비슷비슷한 공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그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복합문화예술공간들은 신진 예술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기업의 신제품 론칭 행사와 같이 노골적으로 기업 브랜딩에 활용하는 등 ‘공공성의 결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 복합문화공간의 특성상 다양한 예술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꾸준한 기획이나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영리단체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공간은 카페 수익금이나 대관을 통한 이익으로 어렵게 공간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 평가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증가폭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러한 공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재고해볼 때다. 공간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개성 넘치는 예술 공간들이 꾸준하게 자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공유해야 한다. 공간을 재생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대중이 장르 구분 없는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늘어나면 한 도시, 한 나라에 예술적 활력이 생긴다. 공간의 힘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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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행화탕의 '예술로 목욕합니다' (아래) 부산 F1963에서 열린 2016 부산비엔날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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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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