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글 입력 2018.04.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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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그늘에서_표지.jpg
 
 
  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을 읽는 것이 오랜만이다. 역사의 흐름 안에서 바라본 예술가에 대한 해설이 아닌 고야라는 하나의 개인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평소 고야라는 작가와 작품을 떠올려 보면 거뭇한 아우라에 불안한 기운을 동반한 어두침침하고 섬뜩한 기분이 지배한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고야의 모습은 <사투르누스>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비슷하다. 이 그림을 처음 접했을 적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림 속 남성은 마치 괴물 같아 보인다. 한 치의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모습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하고 한 줌 크기의 인간을 거침없이 잡아먹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이 잔상은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 외 작품도 보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어두침침한 배경에 저항적이고 투쟁하는 사상가의 면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한 평생 그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평소에 궁금하였다. 이번 문화 초대를 통해 고야의 사상과 삶에 한층 가까이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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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르누스>
 

  총 17장 구성된 이 책은 고야라는 인물에 대해 재미나게 풀어나가고 있다. 각각의 소제목들은 고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단어들이다. 왕궁화가로 시작해서 사상가로써의 예술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계몽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자신의 그림에 어떠한 형태로 녹여냈는지 비교해보면서 읽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이미지는 사상이며, 단어들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한다. 이미지는 늘,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스스로 알든 모르든, 위대한 예술가는 으뜸가는 사상가이다’ 나도 이 문장에 공감한다. 이미지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도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림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따라서 작가가 성찰한 인간과 세계를 이미지로 승화시킨 것에는 그만의 사상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그 사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내면을 보다 심도 있게 파악해볼 수 있다. 고야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였는지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파악해보고 당시 스페인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림16_여기서도마찬가지다(참화36).jpg


  고화의 판화 연작 <전쟁의 참화들, 1863>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들은 대게 극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전쟁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전쟁의 상황을 멀찌감치 떨어져 응시한다. 이러한 표현 방법 때문에 고야는 회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의 화려함을 없앤 작가라 불린다. 이처럼 비교적 객관적으로 당시 스페인의 모습을 옮기고자 한 고야는 사회의 추악한 학살과 비참함,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인간의 폭력, 전쟁의 진실 등을 거침없이 보여줌으로써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간에 대한 환상을 깨준 것이다.
 
  고야는 무엇이 악이고 무엇인지 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세계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얄팍한 이성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이성과 의지로 이상을 꿈꾸고 노력하지만 여기에 심취할 것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욕망과 이기심 또한 잊지 않고 살펴보아야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지은이 :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 류재화
펴낸곳 : 아모르문디
발행일 : 2017년 8월 30일
정 가 : 16,000원
분 야 : 예술, 예술가, 예술 이론



목차

1. 고야, 사상가
2. 고야, 입문하다
3. 예술 이론
4. 병과 그 영향
5. 치료와 재발, 그리고 알바 공작부인
6. 가면, 캐리커처 그리고 마녀
7. ‘변덕들’의 해석
8.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9. 나폴레옹의 침략
10. 전쟁의 참화들
11. 살인, 강간, 산적, 군인
12. 평화의 참화들
13. 희망을 갖다, 경계심을 품다
14. 두 가지 길
15. 두 번째 병, 검은 그림, 광기
16. 새로운 출발
17. 고야의 유산
 
․ 참고 문헌 ․ 도판(컬러) 목록 ․ 그림(판화와 데생) 목록
․ 찾아보기 ․ 옮긴이의 말



[송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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