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글 입력 2018.04.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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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뭐든 최초의 기억이 가장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첫 입학, 첫키스, 첫 고백. 무엇이든 좋다. 꼭 강렬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처음 중 몇가지는 기억에 계속 남게된다. 필자도 수많은 처음 중 몇몇 가지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첫 연극인 <고도를 기다리며>다.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히 처음 본 연극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반 강제적으로 하이틴 연극을 본 적 있고, 꽤 괜찮은 뮤지컬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살면서 '보고싶다'라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혀 적은 용돈을 깨서 본 연극은 <고도를 기다리며>가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 <고도를 기다리며>가 내가 접한 희곡 중에 가장 강렬한 작품이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책 읽기나 가끔 보는 영화가 문화생활을 즐기던 나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산울림의 연극이 예술을 본격적으로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극에서 남은 이미지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극단 산울림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계속 연극정보를 찾아보는 이유는 아직도 내 가슴 안에 가지런하게 벗어놓은 신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원작 희곡 내용도 그렇지만, 정말 별거 없는 내용이다. 디디와 고고가 우스운 짓거리를 하면서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들을 더 우습고 부조리한 사람들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은 이 멍청해보이는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우스운 짓을 하고 심지어 삶을 끝내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 기다린다. 그런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그분은 오고 계세요'라는 허무한 전보뿐이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기다린다. 지루함을 견디고, 정말 고도라는 사람이 오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고도를 기다리는 이들은 우스움을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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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지 않고 별다른 메시지도 없어보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터무니없는 인간의 삶과 너무 닮아서 와닿은 연극이었다. 사실 필자에게 고고와 디디는 연극 속 인물이라기보다, 같이 고도를 기다린 동료처럼 느껴진다. 거리가 가까운 연극이었기에, 필자는 21살에 찍은 배우들의 신발 사진을 3년동안 핸드폰 잠금화면으로 설정해 뒀다. 이 글의 바로 위에 첨부한 사진이 그들의 신발이다. 잠금화면은 샤갈의 그림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카톡 프로필의 한켠을 장식하고 있다.

좋은 연극은 이미지로 남아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그 이미지는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아서, 인생을 돌아볼 때마다 사진을 멍하니 들여다 봤다. 구두는 고흐가 그려낸 노동자의 신발을 닮은 것처럼 보였다. 삶의 쓸쓸함, 포기, 무엇이든간 연약한 발을 감싸고 있었던 그 작은 물체, 수많은 걸음과 방황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역사를 겪었음에도 초라하게 담아내는 낡은 그 신발. 신발은 인간의 실존을 너무 닮았다.

실제로 극을 진행하는 디디와 고고의 말과 행동보다 더 닮아 있었다. 필자에게도 낡은 신발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지나 핸드폰 사진도 바꾸고,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기도 했지만, 필자는 아직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이 연극이 필자와 닮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 것임을 보장한다. 극단 산울림의 대표적인 작품인 <고도를 기다리며>도 돌아왔다. 우리는 또 우습고 터무니 없는 기다림을 함께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고도를 기다리며
- En Attendant Godot -


일자 : 2018.04.19(목) ~ 05.20(일)

시간
평일 19:30
주말 15:00
월요일 쉼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주관
극단/소극장 산울림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75분 (인터미션 : 10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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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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