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상처를 인정하는 법 - 손 없는 색시 [공연]

상처를 견디는 과정에 집중해 본 적 있나요
글 입력 2018.04.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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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상처에 대하여 - 우리가 상처를 다루는 방식

 
 상처가 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상처는 물리적인 상처가 있을 수 있고, 정신적인 상처가 있을 수 있다. 아마 전자라면 약을 바르고, 아물기를 기다릴 것이고 후자라면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려고 하거나 다시 상처받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아닌 예술에선 물리적 상처와 내면적 상처는 구분이 없는 것 같다. <손 없는 색시>에서도 색시의 손이 잘려나가는 물리적 상처를 통해 그녀가 어떻게 이 아픔을 극복하는지, 즉 내면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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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극을 상처와 치유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싶다. 우선 상처이다. 이 연극에서는 색시의 손이 더 이상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기 싫다며 떨어져 나가버린다. 그래서 색시는 손이 잘린 채 살아가고, 아들을 낳는다. 조금은 극단적인 것 같지만, 상처를 절단된 손으로 표현한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 손은 신체의 일부이지만, 어느 부위보다 가장 중요하다. 손은 욕망의 표현이자, 삶을 채워갈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손이 우리의 삶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상징물인 것 같다. 즉, 우리의 인생에 스며든 여러 상처들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가 이 연극을 보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도 상처를 주제로 했기 때문이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상처와 마주친다. 아직 우린 어리고, 미숙하기에 상처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정면으로 맞서거나, 혼자 앓거나. 나를 원망하거나. 대부분은 혼자 앓는다, 그래서 병이 생긴다. 우리는 상처를 받고, 주는 것에 익숙해있지 이 상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견디고 살아간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색시도, 손이 잘리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참아내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연극은 어떻게 그녀가 이 상처를 극복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뭐든, 괜찮아 오늘도 견뎠어’라고 끝을 내지, 어떻게 견뎠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연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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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치유에 대하여 - 극복이란 되돌아가기가 아닌 인정하는 것

 
 그렇다면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우리는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을 많이 쓴다. 치유, 즉 Healing. 한때 로이킴의 <힐링이 필요해>라는 노래가 유행이었고,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도 생길 만큼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키워드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많이 쓰인다. 필자의 힐링 캠프는 영화이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해야 할 것들을 다 미뤄두고 집에 와서 최신 영화가 아닌 저 깊숙이 있는 옛날 명작들을 본다. 그러면 기분이 나아진다. 남들이 잘 모르는 영화를 봤다는 은연중의 만족감, 끝난 뒤의 여운. 뭐, 폭탄처럼 밀린 일들은 부작용이긴 하지만. 이것조차 못한다면 삶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위한 돌파구로서의 힐링이 있는 반면 정말 직접적인 상처에 대한 치유는 겪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인간 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그냥 속으로 앓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궁금했다. 이 연극에서 이 색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까. 모두가 그러하듯 색시 또한 자신의 손을 다시 붙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붙일 수 없다. 이미 잘린 손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복, 치유라는 의미는 원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인정하고 견뎌낸다는 것이다. 경인선 작가는 “이전의 삶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라며 조금은 치유와 회복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생각의 전환일까? 상처를 받지 않았을 때로 발버둥 치며 돌아가려고 하는 대신 그냥, 그 불행과 상처를 인정해버리라는 것 말이다. 색시도 더 이상 손을 붙이려 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인정한다. 그래서 이 연극을 접한 후에는 이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갔는지 리뷰에서 집중적으로 얘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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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극은 인형극이다. 인형극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의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서 색시의 예로 어른인 우리의 삶까지 적용시켜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이 연극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성인을 위한 연극이다. 이 인형들의 행동과 표정으로 우리는 수많은 은유적인 표현을 생각해내야 하고, 마음으로 느껴야한다. 이 연극을 제작한 <연극무대산>은 <달래이야기>,<견우와 직녀> 등 완성도 높은 인형극을 선보여 왔으며, 인형극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상처를 표현하고, 치유 과정을 극복하는데 있어 왜 인형극을 사용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 이 고통과 불행의 치유 과정은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말과 행동보단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손 없는 색시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4.26(목) ~ 05.07(월)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04.30(월) 쉼
05.07(월) 공연 있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문화재단, 예술무대산

제작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연극무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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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이 배우로써 무대 위에서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고 인형극이 가지는 가능성과 인형극의 문법을 발견하고 실험하는 것을 목표로 창작하는 단체입니다.

 인형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시각효과의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관객에게 즐거움, 감동, 여운을 제공하고 나아가 삶의 화두를 제시합니다.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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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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