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를 위한 지침서

글 입력 2018.04.1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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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예술을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라고 표현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예술가들이란 본능적 욕구 너머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생존과 몸의 쾌락을 위한 본능적 욕구, 불의에 분노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울분, 지적 활동에 대한 갈망으로 구분된다고 보았다. 우리가 작품에 대해 순간적으로 갖는 인상 그 자체에 주목하게 하려는 예술가들이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작품에 담는 예술가들이 있다. 인간 실존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예술로 승화한 예술가들도 있다. 저자는 보다 나음, 보다 깊음을 향한 이들의 헌신을 2년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전시들을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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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은 <거리의 예술 Art in the Streets> 전시에서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 예술로 투쟁하던 이들의 거리예술을 재조명했다.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소수자들은 폭력과 섹스, 돈과 명성, 소외와 비인간화 등 살면서 부대끼는 문제들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외치기 위해 거리 건물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 감시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손을 놀리고 사라지는 거리의 예술가들은 충동적이고 파격적이며 본능적인 분노를 담은 그림을 벽에 남겼다. 이들의 작품을 40년 이상이 지난 2010년대에 권위 있는 주립 미술관에서 재조명한 것이다. 상파울루 출신의 쌍둥이 거리 예술가는 2012년 보스턴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불의에 분노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울분이 있었고 그들의 분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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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A 아트리움의 바닥을 샛노란 색으로 채운 예술가도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남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봄과 여름이면 컵 하나를 들고 뒷산으로 나서는 볼프강 라이프다. 생명으로 충만한 봄여름의 숲에서 볼프강은 노란 꽃가루들을 조심으럽게 털어 모은다. 적막한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몇 달간 모은 유리병 몇 개 분량의 꽃가루를 뉴욕 현대미술관 바닥에 톡톡 털어낸다. 예술가는 자연의 물질을 미술관에 그대로 옮겨왔을 뿐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노란 색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과 생명의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한다. 한때 자연에 속했던 것을 얻기 위해 몇 달간의 인내와 육체적 노동을 감내하는 예술가의 태도는, 우리가 그동안 자연에게 얼마나 오만하고 폭력적인 자녀들이었는지를 상기시킨다.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은 '보다 나음'을 향한 예술가들의 열정을 소개하고 예찬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스물다섯 꼭지의 글을 통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의 면면을 소개하며 그들의 작품이 왜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예술의 흐름이 되었는지를 제시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독자는 스물다섯 개의 전시를 간접 경험한 뒤 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나며 책을 덮게 된다.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다 나음'을 경험한다. 어느 전시가 괜찮더라는 말을 듣고 갤러리를 찾아가는 것,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걸린 시를 멍하게 읽어내리는 것, 오늘 지나쳤던 난해한 작품의 의미와 제작 배경을 검색해보는 것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예술 감상이다. 인간이 행하는 예술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예술가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은 이전엔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각, 느낌, 감상을 몸 안에 불어넣는다. 작가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표현해낸 생각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본다. 그 과정을 거친 뒤의 '나'는 '보다 나아짐'을 경험한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예술가들이 각고의 노력과 분투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을 감상하고 그 느낌을 곱씹어 글을 쓰며 큰 위로를 느꼈음을 고백한다. 자기파괴와 초월적 긍정을 반복하는 예술가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스스로의 존재를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말한다.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소개하는 이 책은,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를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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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 풍부한 예술과 철학 이야기 -


지은이 : 최도빈

펴낸곳 : 아모르문디

분야
예술, 미학, 예술기행, 인문교양

규격
153*210*15mm

쪽 수 : 282쪽

발행일
2016년 10월 17일

정가 : 20,000원

ISBN
978-89-92448-47-5 (03600)




문의
아모르문디
0505-306-3336





[이자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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