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두렵고 불안하기에 더 애틋하고 기대되는 내일, 연극 하이젠버그

글 입력 2018.04.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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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자주 과거를 그리워했다. 그 과거가 ‘현재’였던 순간에 그 시간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과거는 이미 지나왔기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겁도 많고 미련도 많은 나는, 미래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그 예측불가능함이 너무 싫었다. 지금 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무언가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혹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미래에는 내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따위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과거를 한없이 그리워했고, 현재를 어떻게든 한순간이라도 더 잡아보려 애썼고, 미래를 두려워했다.

그렇게 예측불가능함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고3때 썼던 버킷리스트를 읽고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버킷리스트에 적혀있는, 과거의 ‘내’가 바랐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연극이나 전시 등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은 지금의 ‘나’를, 페미니스트인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 자체가 과거에 그렇게나 두려워했던 ‘예측불가능한 일들’로 구성돼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지금의 나’는 내가 그렇게나 미워했던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은 과연 싫기만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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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젠버그>는 바로 이 고민 위에 놓인 연극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예측불가능 위에 놓아본 연극이다. 평생 런던을 벗어나 본 적도,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 알렉스에게 충동적이고 거침없는 죠지와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예측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후 그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측불가능한 것 투성이다.

아닐 것을 알면서도 영원을 약속하고, 변치않을 것을 약속하며 어떻게든 관계를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어떻게든 놓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연인관계마저 예측불가능성에 놓는 이들의 시도는 결국 삶에 대해서 고민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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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젠버그>의 메인 문구는 ‘예측 불가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삶’이다. 만약 고등학생인 내가 이 문구를 봤다면 욕부터 했을 것이다. 예측불가능한데 어떻게 기대가 될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 그런건 연극이고, 장밋빛 미래가 정해져있는 당신들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 문구를 보면서 완벽히 동의는 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것만큼 ‘예측 불가능함’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물론 지금도 예측불가능한 것은 무섭다. 말 그대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비하지도 못한다. 어떤 일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그 두려움을 헤치고 마주한 내일이 더 애틋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극들보다 더욱 한정적인 정보만을 주는 이 연극의 프리뷰를 쓰면서, 연극의 연출이나 내용을 예측할 수 없기에 더더욱 이 연극을 기대하게 되는 심리처럼말이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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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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