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과 철학을 탐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도서]

글 입력 2018.04.1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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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최도빈 지음
아모르문디


예술,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길 위에 선 사람들






 책을 읽기 전, 사전정보를 접했을 때 가장 읽고싶은 욕구를 들게한 건 제목이었다.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라... 새로운 예술이 무엇인지, 새로운 예술이 왜 필요한지, 와 같은 질문들이 마구 떠올랐던 것 같다.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이야기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예술이 있었다는 거고, 예전부터 지나왔던 역사가 있다는 걸 뜻한다. 어느 영역에서나 빼놓을 수 없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길 나에게 해준다면 이 책을 반갑게 읽고싶었다.

 '현대예술'이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예술? 지금이 아닌 순간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미 나온 어떤 결과나 방향을 가지고 후에 정의하는 걸까? 과거로부터 받은 영향이자 연결고리가 현대에는 얼마만큼 미칠까? 이런 물음들은 현대에 살아가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싶은 사람들에게 누구나 고민과 함께 동반되는 질문들이다. 세태에 따라가기 위해서건 그걸 반박하기 위해서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런 근본적인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그런 전혀 아쉽거나 실망적이지 않다. 다양한 현대예술을 소개하고 그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하므로서 현대예술의 흐름을 관심있게 들여다 볼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책에는 너무나도 멋지고 다채로운 현대예술의 선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크게 시각예술과 공연예술로 나누고 있고, 시점은 아주 이전부터 바로 몇 년 전의 경우까지 그 폭도 다양하다.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전시(혹은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서술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예술을 죽 보고있노라면 참 기발하고 재미있는 게 많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지켜오던 균열을 깨고, 획을 가르는 새로운 예술의 시도였을 것. 우린 그것들을 보면서 우리만의 새로운 예술을 또 꿈꾸게 된다.

 책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첫 번째는 거리예술에 관한 거였다. 당시 뉴욕 거리를 전전하며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던 두 사람의 영향.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사회에 반하는 주장들을 자유롭고 강렬한 예술성 '그래피티'로 승화시켜 표출했고, 이들의 영향에 힘입어 현재 거리예술은 '미술사가가 시대적으로 작품을 분류하고 미학자가 관련 이론을 구축할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분화 중'이라고 한다. 너무 호쾌하고 후련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비슷한 이야기로 사회의 억압을 패션으로 풀어낸 예술가도 있었다. 그 역시 너무나도 이름이 친숙한 장 폴 고티에. 마돈나의 디자이너로 활동, 당시 높고 두꺼운 벽에 갇혀있던, 현명하지 않은 사회적 편견들을 예술적 재능으로 깨버린 그다. 그가 인상 깊었던 지점은 바로 여기다. 자신만의 예술성 표출로 사회를 변화시킨 것.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들의 치부를 들추고 히죽 웃는 앙팡 테리블이라 불리는 그의 패션세계를 책에서도 간략하지만 빈틈 없이 다루고 있다. 몇 장의 사진들이지만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신선하고 이목을 끈다.

 앞서 말한 예시들과는 조금 다르게, 안타까운 예술의 흐름도 있다. 책에 예시사진으로 나온 건 한 전시회의 사진이다. 큰 액자가 상단에 걸려있는데, 정작 작품은 없는 빈 액자다. 옆에는 작품명도 적혀 있다. 이는 나치 정권 당시 퇴폐예술이라며 파괴된 작품들에 대한 애도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은 우리 곳곳에 있어왔다. 사실보다 더 충격적이게 다가오기도 하고 작가의 노고가 가슴 깊이 와닿기도 하면서.

*

 '보다 나음'을 향해 가는 길. 현대예술가들이 꿈꾸는 예술의 길이란 이런 길일까. 공감하지만 너무나 이상적인 것 같아 동경하게 되는 표현. 그보다 어딘가에 '맞춰 나가는' 예술의 길은 어떨까? 나에게, 주변에게, 사회에게 맞춰나가는 예술. 비교의 의미가 아닌 조화의 의미가 담긴 예술이 이 책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읽고 나니 그렇다. 책에서 나온 선례들이 호감이었던 이유도 이것이기 때문. 내가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함께 뻗어가는 예술은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반갑다.

 현대예술을 향한 저자의 생각이 사실에 맞춰져 잘 나타나있는 책이다. 감정적으로 빠져들지도, 우회적으로 피하지도 않는다. 과장 없이 거짓 없이 그대로 드러낸 거 같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조금 더 저자의 생각이 들어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 현대예술에 대한 선례들을 마주한 것 역시 반가웠지만 그로부터 느끼는 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싶기도 했기 때문. 입문-전문 식의 난이도를 따지기보다 가볍게, 그러나 흔히 접하기 어려운 현대예술의 이야기를 듣고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깊이는 몰라도 톡톡 튀는 작품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길, 그 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마무리하고나니 '새로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필자는 '새로움 ; 보다 나음' 대신 새 정의를 세워보았는데, 다른 이들에겐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분야 / 예술, 미학, 예술기행, 인문교양
쪽수 / 282쪽
발행일 / 2016년 10월 17일
정가 / 20,000원
지은이 / 최도빈
펴낸곳 / 아모르문디


목차

1부
우리 시대의 시각 예술
Contemporary Visual Arts

열린 공간에 담긴 예술적 삶 : 뉴욕 현대미술관MoMA 아트리움에서 보는 현재
보이지 않는 손, 투명한 시장 : 뉴욕 미술 시장의 정점 <아모리쇼 2013>
자연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회의 : [EXPO1: NEW YORK] 전, MoMA PS1
예술의 소통, 전시의 유통 : <정적인 현현顯現 속에서>전, 퓰리처 예술재단, 세인트루이스
예술가의 저항, 그 예술적 의미에 대하여 : <아이웨이웨이: 무엇에 따라?>전, 허슈혼 미술관, 워싱턴 DC
거리에는 예술을, 사람에게는 자유를 : <오스 제미우스>전, 보스턴 현대 미술관
예술가의 돌, 진리의 빛 : <제임스 터렐: 회상>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완벽한 작품, 완전한 삶 : <장엄한 집념: 영화 명장 30인의 이야기>전, 영상 미술관, 뉴욕 아스토리아
억압으로부터의 '시크'한 탈주 : <장 폴 고티에의 패션 세계: 사이드워크에서 캣워크까지>전, 브루클린 미술관
자기 인식의 노력: 허세와 민낯 사이 : <미국은 알기 어렵다>전, 뉴욕 휘트니 미술관


2부
과거의 시각 예술
Historical Visual Arts

기계와 속도, 그리고 열광 : <이탈리아 미래주의 1909-1944: 우주의 재구성>전,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퇴폐 예술—모더니즘의 파괴, 시민 사회의 절멸 : <퇴폐 예술: 나치 독일에서의 현대 예술에 대한 습격>전, 노이에 갤러리, 뉴욕
스승을 찾아 나서다 : <이사무 노구치와 치바이스: 베이징 1930>전, 노구치 미술관, 뉴욕 퀸즈
바위산 속 보금자리—삶의 예술적 완성 : <근대적 자연: 조지아 오키프와 조지 호수>전,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뉴멕시코 주 산타페
미래를 보는 따뜻한 안목 : <소시에테 아노님: 미국을 위한 모더니즘>전, 예일대 미술관
전위적 현대 예술의 낭만, 새로운 예술을 꿈꾼 친구들 : <신부 주위에서 춤추기: 케이지, 커닝햄, 존스, 라우셴버그, 뒤샹>전, 필라델피아 미술관
고통, 흐름, 그리고 깨달음 : <백남준: 세계적 선구자>전,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3부
공연 예술
Performing Arts

맨해튼의 어느 주말 풍경 :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 뉴욕 로어 맨해튼
숲 속의 선율, 상상력의 전당 : <매버릭 페스티벌>, 뉴욕 주 우드스탁
세기말의 꿈 : <'비엔나: 꿈의 도시' 페스티벌>, 뉴욕 카네기홀
한 도시에서 벌어진 기묘한 이야기들 : <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우리 시대' : 장대한 물결의 끝자락 :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2013>
도시의 재발견: 기차역의 오페라 : <보이지 않는 도시들>, 로스앤젤레스 중앙역
현대와 고전의 만남 : 뉴욕 시티 발레 2013-14 시즌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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