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대화를 넘어 교감까지 [기타]

글 입력 2018.04.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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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언어 인터뷰(interview). 인터뷰는 많은 곳에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잡지, 신문, 뉴스, 방송부터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화의 형태가 인터뷰이다. 인터뷰의 목적은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림으로써 인터뷰이의 정보 확산, 접하는 이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인터뷰 하는 법을 빠르게는 초등학생 때부터 배운다. '인터뷰'에 대한 글을 쓰는 나 또한, 초등학생 때 인터뷰 실습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동네 꽃집 아주머니를 인터뷰하여 숙제로 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어린 초등학생이 지나가다가 몇 번 마주친 아주머니의 신상과 정보를 물어보는 활동을 하였는지 기특하기도 하면서 안쓰럽다. 사실, 인터뷰는 많은 숙련과 경험을 거쳐야 할 수 있는 꽤 수준 높은 대화 형식이다. 물론, 꽃집 아주머니께서도 인터뷰어가 초등학생인 것을 고려하여 인터뷰를 해주셨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화를 이끌어갔을 나의 모습이 안쓰럽다.

 이렇듯, 초등학교 때부터 인터뷰를 시킬 정도로 인터뷰를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들을 사전에 입수하여, 알려지지 않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 한 정보들을 더 캐내기 위하여 인터뷰를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레의 원리이다. 인터뷰할 때 인터뷰어의 할 일은 태산이다. 그에 반해 인터뷰이는 인터뷰어의 이끄는 방향을 따라 적당히 걸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단순히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해주는 대화의 형식인데 뭘 그렇게 유난이냐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읽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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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질문생산공장. 인터뷰어를 섭외를 했다고 치자. 사실 이 부분을 생략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 외에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기 때문에 어찌어찌하여 인터뷰어를 쉽게 섭외를 했다고 가정하면 이제 질문을 만들어낼 차례이다. 질문 생산공장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때는 인터뷰이의 인터뷰 기록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필수적인 질문들을 제외하고는 이미 정보가 있는 질문들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 부분은 독자들보다 인터뷰이를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인터뷰이의 과거 인터뷰를 본 적이 없을 경우가 많지만, 인터뷰이는 중복되는 질문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인터뷰어의 준비성을 의심할 것이다. 독자와 인터뷰이 사이에, 알 권리와 인터뷰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 중립을 지킬 줄 알아야 하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개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나는 더욱 신선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말 인터뷰이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기본적인 정보들은 알고 있을 테고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에게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쉽게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한 기본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다. 따라서 신선하고 창의적인 질문을 준비하여 인터뷰이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뻔한 질문들이 아닌, 맞춤형 큐레이팅을 한 듯 신선한 질문을 받는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말할 생각이 없던 내용까지 술술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귀한 정보들을 더욱 얻을 수 있을 테고 그만큼 많은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특한 질문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전히 인터뷰이에게 집중하고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는 고도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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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분위기 메이커. 평소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더라도 이때만큼은 얼굴에 철판 깔고 웃음이라는 가면을 써야 한다. 인터뷰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인터뷰어다. 중대한 내용을 다룬다면 조금은 격식 있고 형식적인 인터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잡지에 실리는 칼럼이나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편한 분위기를 만든 상태에서 인터뷰이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꺼낼 것이다.

 사실, 인터뷰이가 기본적인 내용만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이면의 내용까지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저 분위기를 풀어 인터뷰이의 긴장을 녹이고 더욱 다양한 생각들을 꺼내기 위해 우리는 웃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또한, 공감이라는 표현방식 또한 강한 무기가 된다. 실질적으로 인터뷰이의 말들이 공감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 제스쳐와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간다면 마인드맵처럼 한 가지 질문에서 여러 질문과 더불어 답변들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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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기의 출입. 기자를 꿈꾸거나 인터뷰하는 것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치명적인 특징을 지닌 것이 기의 출입이다. 인터뷰는 질문자와 답변자가 만나는 것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 우리는 익숙한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쉽게 지치고 맥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의 대화도, 왕래도 없던 사람과 만나 그 사람의 정보들을 캐내는 일을 한다면? 쉽게 볼 사안이 아니다.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 행동 양식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것들은 쉽게 고쳐지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것들로 똘똘 뭉친 사람 둘이 만나 함께 이야기하며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다.

 또한, 이 행동에서 약자와 강자는 정해져 있다. 분위기를 이끌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으며, 답변을 유도하는 언덕에서 수레를 이끄는 사람인 인터뷰어와 분위기에 맞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들을 말하는 수레를 미는 사람인 인터뷰이가 있다. 누가 봐도 강자와 약자는 정해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소모와 획득을 들 수 있다. 계속해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며 그 정보들을 적고 녹음하여 획득해야 하는 인터뷰어는 상대적으로 기가 빠지게 된다. 나의 기를 인터뷰이에게 전달하면서까지 많은 정보와 특별한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정확히는 모를 이상한 허망함과 기가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가 빠져나가는 것에도 두 분류가 존재한다. 인터뷰이와의 대화가 유익하며 인터뷰어로서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을 때 좋은 경험으로 남는 시간이었으면, 기가 빠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가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물린 이야기와 딱딱한 태도, 특히나 인성, 특성과 같은 부분이 좋지 않을 때는 기가 빠짐은 물론이고 그 빠진 자리에 좋지 않은 기운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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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개인의 역량과 소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터뷰의 근본원리인 것은 확실하다. 인터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러한 작용들을 내가 직접 다루어 나에게 맞출 수 있겠지만, 인터뷰가 익숙지 않은 초창기 때에는 갖가지가 나에게 크게 와닿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하는 시간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즉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잦은 일자리에서는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나 스스로가 나만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둘러싸인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다른 사람의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은 것들을 봐야 한다. 봐야 하는 것들은 책, 영화, 전시, 공연과 같은 것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혼자 받아들이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그것들을 글이나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훈련을 반복한다면, 훗날 단순히 질문과 대답의 형식이 아닌 진정으로 서로 교감하며 인터뷰할 수 있는 인터뷰어가 될 것이다.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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