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 메르 에 릴, 동해바다와 독도를 알리다.

글 입력 2018.03.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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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메르 에 릴]
제 12회 정기연주회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공연장에 들어서며


 문화초대를 받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다. 나는 특히 공연 초대를 받고, 공연장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공연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티켓 창구에 다가가 "아트 인사이트 류소현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정말 기자가 된 듯한 프로페셔널한 느낌은 둘째 치고서라도, 명단을 확인한 직원분께서 꺼내주시는 티켓을 받을 땐 정말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IBK챔버홀, 나에게는 언제까지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을 처음 만난 곳으로 기억될 장소이다. 적당히 크고 적당히 작은 규모의 공연장, 단아한 황갈색 나무 벽이 악기들의 소리를 따스하게 머금어주는 곳. 나무 몸통을 가진 악기들이 내는 소리와 특히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첼로와 비올라, 바이올린, 해금, 대금, 그리고 피아노의 소리가 나무결을 타고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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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나서


 공연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었지만, 나는 공연 구성을 다르게 나눠보고 싶다. [라 메르 에 릴]의 자체 헌정곡들과, 이분들의 활동 방향성을 닮은 옛 대가들의 음악.

 공연 1부의 시작과 2부의 내용으로는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음악을 했던 드보르작과 쇼스타코비치가, 1부의 막바지에는 슈베르트의 가곡 중 [송어]와, 베르디 오페라의 한 장면이 담겼다. 음악 안에 조국의 민요의 정서를 많이 녹여내었던 드보르작과 체제의 분위기를 담았던 쇼스타코비치,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국가]에 대한 애정이 [라 메르 에 릴]의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걸까?

 해마다 독도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단원들이 이 곡들을 연주하며 독도의 어떤 부분을 떠올렸을지 궁금해졌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껏 독도는 커녕 울릉도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었다.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 목록에 독도는 꼭, 적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두 눈으로 보고 느끼고 온다면, 지금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이번 공연에서, 나는 이영조, 최명훈, 그리고 우미현이라는 [라 메르 에 릴]의 작곡가들이 독도를 방문하고 돌아와 쓴 곡 세 편이, 옛 거장들의 음악보다 더 기억에 많이 남았다. 순서상 처음으로 국악기가 등장한 곡이었던 최명훈 선생님의 [해금과 현악 4중주를 위한 술비소리]를 들으며 어떤 생각이 내 머리속을 강하게 휘저었다.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이 300년 후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음악으로 남을 것인가.

 2천년이 되도록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두 가지 다른 악기가,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민요 멜로디를 담은 곡을 연주하는 것. 내가 클래식 대가들의 음악을 들으며 항상 감탄했던 점이 있다면, 어떻게 그 모든 악기의 소리를 한 곡 안에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한데 모아 곡으로 써내리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어쩌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곡도 300년쯤이 지나면, 음악사에 전혀 새로운 도전을 했던 음악으로 남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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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로 들어서면서 공연의 해설을 맡아주신 바이올리니스트 최연우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독도와 동해를 알리려는 이 노력이 지금을 넘어 200년, 300년 후에까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요즘 일본에서 아베 총리의 비리가 발각되어, 총리 위치가 왔다 갔다 할 만큼 문제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 그와 함께 내년부터는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다는 뉴스도 들었다. 그런다고 독도가 그들의 땅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착잠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라 메르 에 릴]의 활동은 이런 강제적인 조치에 조용히 반대를 표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인식에 동해바다와 독도의 존재, 그 존재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활동이다. 무의식중에, 은연중에 그러하게,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분쟁의 시기를 지나 먼 훗날, 독도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앓았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개소리가 될 때쯤이면, 이분들의 활동은 지금 역사책에서 다루는 위인들의 이야기처럼 전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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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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