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언어에 대한, 카피에 의한 도서

도서 카피 공부
글 입력 2018.03.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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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게
그러나 부족하지 않고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오늘도 어김없이 언어를 쓰고, 고민하고 있는 내게 도서 카피 공부가 도착했다. 손에도 착 잡히는 크기의 책. 오른쪽 위에 적혀 있는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라는 문장이 얼른 이 책을 펼쳐 보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리뷰를 쓰는 지금까지 내가 이 책을 펼친 시간은 고민이 한계를 찍고 머리가 글쓰기를 거부하는 순간이었다. 쉬어보려 다른 글을 읽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 카피 공부를 집었다. 나도 모르게 카피 공부의 지침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책을 펼쳐보고 있었다. 언어가 도저히 풀리지 않을 때 펼쳐보는 책이 카피 공부였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는데, 떠오르는 표현은 '착착 감긴다' 였다. 정말 착착 감긴다. 앞서 손에 착 감기는 책이라고 언급했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 마저도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 보다도 '착착 감기는' 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었다.

이 책의 특징 하나를 말하자면 내용이 평범한 책 처럼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목차 안에서 진행되는 내용을 짧은 단위로 번호를 매겨 나누어 놓았다. 그리고 번호 하나에 담겨있는 내용은 마치 카피 같이 느껴졌다. 번호 하나에 담긴 짤막한 글 혹은 문장을 읽으면 이 번호 안에서 말하려던 메시지가 도장으로 딱 찍히는 기분이었다. 정말 명료하게 말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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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의 목적 자체는 카피에 대한 지침인 만큼 전체적인 내용은 카피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의 설정을 세웠었다. '내가 광고해야 하는 것(알리고자 하는 것)은 나의 글 이고 이를 위해 쓰는 카피는 글 제목' 이다 라고.


310.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말 :
보는 법을 배워라. 두 눈이 최고의 책이다


하지만 읽다보며 느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없었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카피만의 상업적인 면이나 일의 과정면에 대한 몇 내용을 제외하고는 이미 더 포괄적인 범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카피가 '광고'라는 목적을 위한 언어 창작이라고 할 때, 이 책은 창작이란 맥락 안에 있는 다른 분야까지 손을 뻗어 조언을 주곤 했기 때문이다. 카피에 관한 조언일지라도 충분히 다른 창작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장들이 충분하고, 다른 분야에서의 조언이 카피에게 필요한 조언으로 소개 되기도 한다. 이런 흐름들을 보며 언어와 창작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은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801.
글을 쓰면서 지루했다면
읽는 사람이 하품하는 것을 탓하지 마라


광고하기 위해선 카피가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카피 공부는 어떤 카피가 소비자를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비자, 즉 '사람'을 파악하는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특히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목차까지 따로 두면서 집중적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이 목차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팩폭을 당하고, 그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정곡을 찔렸다. 앞서 인용한 801번의 내용은 흔한 표현을 빌리자면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며 쓴 메모장에 '801,803 - 팩폭' 이라고 남겨놨다. 글을 쓰면서 나부터 즐거워야지 하며 지난 몇 개의 글들을(슬프게도 꽤 많은 것 같다) 안타깝게 떠올려보았다. 내 글이 안좋은 이유는 결국 내용이나 언어의 표현 등 이전에 내가 이미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리뷰 속에서 인용하고 있는 일부 문장들 뿐만 아니다. 1000개가 넘는 문장 혹은 내용이 하나 하나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카피 처럼 자리잡은 책이었다. 짧은 내용이지만 거의 완벽한 강약 조절 안에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새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내가 어떤 모습이 되버렸을지 상상해 보았는데, 정말 다행이다.


845.
사람들은 '사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으로 생각한다.
그게 바로 감정이다.


무엇보다 이 목차를 읽을 때 카피 공부 프리뷰에서 남겼던 문장이 떠올랐다. 사회 속에서 사람과 언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글을 읽다 보면 결국 거의 사람에 대한 조언들이다. 나의 언어를 통해 움직이길 바라는 건 나의 언어를 읽는 사람들이다. 즉  언어를 멋지게 사용하는 것은 사람과 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바라볼 수 있는 눈은 요구하는 것임을 느꼈다. 혼자 안개 안에서 웅얼거리고 있는데 누가 그걸 확실히 알아 볼 수 있겠느냐. '나'의 완성도 중요하겠지만 언어로 이어질 '상대'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읽다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글을 완성하는데에만 급급해서 생각보다 얼마나 많이 이런 것들을 놓치고 언어를 써왔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결국 사람 없는 언어의 지침은 있을 수가 없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더 확실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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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ora imparo"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 미켈란젤로


"사람이 일생 동안 그리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알게 된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남들에게 전해줄 수는 있다" 

- 핼 스테빈스


책의 마지막에 남긴 저자의 문장이 제일 인상 깊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상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나'라는 한 사람의 배움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자극이 되었다. 위로가 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되겠지만 요즘들어 '내가 써봤자'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 자괴감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감각을 써봤자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거친 사람들이 볼 때 어리고 정말 보잘것 없는 어리광이 되지 않을까라는 자괴감이었다.

'내가 알게 된 보잘것 없는 것들을 남들에게 전해 줄 수는 있다' 라는 말에서 내가 그렇고 사실 모두가 그러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그렇다면 누구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의 글도 다른 사람들의 글도 자신이 배운 것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쓰면서 내가 원하는 언어의 실력에 닿기 위해 노력하며 계속 배우는 것이고.

아직 나의 글과 언어는 배울게 너무 많기 때문에 카피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지침들과 함께 나의 언어가 더 배울수 있을 것들을 더 자신있게 누려야 한다. 물론 나의 습관을 고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에 지금도 내 목표라는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좋지 않을 수 있는 글을 쌓아 갈테지만, 나는 계속 배우는 중이니까.

저자가 이런 의미로 저 문장을 남겼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상황에서는 이런 해석으로 다가왔다. 좋은 자극이었다. 숨기보다는 좀 더 배우기 위해 일어서 보기로 했다.


언어에 대한, 카피에 의한 도서


제목이 곧 이 책에 대한 나의 결론이다. 카피의 특징 그대로 짧은 말 안에서 명백하게 언어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도서다. 매일 언어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있는 조언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 말은 모든 사람들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모두가 매일 언어를 쓰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카피 공부 도서를 통해 언어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보며 도서 카피 공부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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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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