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헬 스테빈스|카피 공부

정확한 글로 가는 지침서
글 입력 2018.03.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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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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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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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입체 윌북 카피공부.jpg
 

지은이: 핼 스테빈스(Hal Stebbins)
옮긴이: 이지연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8년 3월 1일
분량: 304쪽
정가: 14,800원
분 야: 자기계발, 광고, 글쓰기



▶정확한 글로 가는 지침서

긴 글의 중심내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하기는 어렵다. 쓰는 사람은 온갖 것들을 좋은 말로 수식하고 싶어한다. 내가 일했던 회사도 그랬다. 신제품 보도자료를 쓸 때 제목에 흔히 사용되는 표현들을 반복했다. 그게 직관적이거나 좋아서라기 보다 다수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보는 사람을 고려하라지만, 글은 내부의 허락이 있어야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빨리빨리, 효율성을 강조하는 곳에서는 더 나은 한 줄을 위해 한 시간을 쏟는 것보다 안전한 한 문장에 10분 소요하는 것이 옳았다. 결론이 어떻게 나는가에 관계없이.


320. 광고의 ABC: 딱 맞게(Apt), 짧게(Brief), 분명하게(Clear)


이 책을 읽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 같다. 광고/마케팅 업계(혹은 지망자)와 글을 쓰는 사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카피 문구를 배우거나 광고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판매량과 즉결되는 카피만큼 '명확한 한 줄'을 쓰는데 도움이 될 문장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상업적인 문구에 거부감을 느꼈다. 판매를 위한 문장에는 진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글을 쓸 일이 더 많아지다 보니 제목의 파급력을 알게 되었다. 잘 쓴 한 문장으로 더 많은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더없이 효율적인 일이다.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매력적인 문장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서문을 제외하고는 이 책에서 이야기나 흐름을 찾아볼 수 없다. 목차에 따라 내용의 변화가 있지만, 책은 숫자를 라벨링 한 짧은 문장들의 연속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파트는 '광고의 기본'부터 '글을 움직이게 하라'까지다. 광고 업계 관계자라면 '헤드라인을 쓰는 기술'에서 '똑똑한 광고 캠페인'까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과 '돈을 지불하는 사람, 광고 의뢰인에 관해' 파트를 먼저 읽어볼 것 같다. 이 책을 글짓기나 광고 외의 목적으로 골랐다면 일종의 명언 모음이라 할 수 있는 제일 마지막 파트인 '인간의 위트와 지혜'부터 출발하는 게 좋아 보인다.





116. 똑똑한 작가는 꽃을 심기 전에 잡초부터 제거한다.
519. 말도 도구다. 평소에 잘 갈아놓아라.
544. '죽은 언어'같은 것은 없다. 오직 '죽은 생각'이 있을 뿐이다.
738. 짧은 문장과 토막 난 문장을 헷갈리지 마라.
740. 느낌표에 의존하지 마라. 말 속에 천둥을 넣어라.


이 책은 글쓰기 전반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문에서부터 '사고방식을 편집해야 한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이용하라'라고 조언한다.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아 작법서의 성격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과 조언이 되는 내용이 있다. 자기만족용 글이 아닌 이상 어디에나 셀링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광고 카피가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는 요즘 나는 자기소개서를 수도 없이 수정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자소서의 소제목을 수정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각 항목을 요약하고 있지만 나를 설명한다기엔 너무 재미가 없고 분명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저 막연히 제목 짓기가 어려워 이 책을 골랐는데 뜻밖의 방향에서 문제를 풀게 되었다.





111. 정신적으로 예리해지고 싶다면 모든 것에 꾸준한 호기심을 피워라. 머릿속으로 세상을 돌아다녀라. 요컨대 머리는 집시처럼 거침없이 돌아가게 하고 두 발은 단단한 땅을 딛고 서라.
125. 희망이라는 성층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땅에 충실해야 한다.
137. 생각은 이탈리아제 대리석처럼 하고, 견해는 평범한 찰흙에 새겨둬라.
736. 캔버스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시야가 좁아지면 색상이 흐려진다.
741.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사용하지 마라. 가장 마지막에 떠오르는 생각을 사용해라.


군더더기 없는 비유에 깔끔한 문장이다. 좋은 문장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위의 문장들은 글쓰기를 넘어선 조언으로 느껴졌다. 이것 말고도 이 책에는 잘 쓴 문장이 많다. 글쓰기도 배우면서 겸사겸사 나를 되돌아보는 순간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전설적 카피라이터라 해도 1,060개의 문구가 다 의미 있지는 않다. '슬로건을 만드는 기술'과 '비유적  표현' 파트를 보면 미국인이거나 영어 사용자가 아닌 이상 번역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도 배우고 광고도 알고 카피에 대해 생각하고 영단어도 공부하고…는 유용성 보다 산만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는데, 한 번 가볍게 훑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취사선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제일 와닿았던 문장을 남기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749. 그 무엇도 당연시하지 마라. 방금 하지 말라고 한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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