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는 저 극단적인 폭력의 행위에서 자유로운가 : <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 (도서)

글 입력 2018.03.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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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그늘에서_표지.jpg
 


Goya A L'Ombre Des Lumieres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by. 츠베탕 토도로브


아모르문디






계몽주의의 빛과 그늘을 탐색한
‘사상가’ 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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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ew >


  내가 고야를 기억하는 그림이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오래 전 사람이 그렸다고 하기에는 극단적인 표현과 질감이 인상적이다. 해체된 돼지나 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사람의 몸 그리고 그것을 먹고 있는 거인. 턱관절의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크게 입을 벌려 양껏 팔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은 역겨움을 넘어서서 공포감을 안겨준다. 누가 봐도 광인의 모습. 희번득한 흰자위도 절묘하다. 저 식인마는 어디를, 혹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보란 듯이 인육을 먹는가. 왜 고야는 사투르누스에게 잡아먹히는 자식의 육체를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의 육체로 표현해 놓은 것인가. 고기 한 점(?)이라도 놓칠까 야무지게 몸을 붙들고 있는 저 우람한 두 손은 또 어떻고.
  
  꼼꼼하게 분석하며 보기에는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그림이라 오래 곱씹으며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어둠 속에 우뚝 서서 형형하게 눈을 빛내는 사람의 모습이 어찌 쉬이 잊히랴. 고야는 식인을 하는 자를 괴물로 형상화하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눈, 코, 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게다가 자기 피가 섞인, 자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자식을 먹고 있다. 괴기하다는 판단은 제쳐놓고, 아버지가 아들을 잡아먹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불편한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저 극단적인 폭력의 행위에서 자유로운가?
  

  누구라도 이 그림을 보면 들 수밖에 없는 생각이겠지만, 도대체 '고야'라는 인간은 어떤 성정을 타고난 자일까? 여기,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중점적으로 조명한 책이 있다.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나폴레옹 침략과 스페인 독립전쟁 시기 계몽주의 사상의 빛과 그늘에 대한 증언자이자 철학자로서의 고야. 그의 생애와 작품 설명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계몽주의와 이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당대의 모순을 고발하는 ‘인간 고야’에 관한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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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발리즘, 악마주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아티스트라고 해서 그가 '소재주의'에 빠진 예술병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상의 발현 아래엔 욕망, 그리고 두려움이 있다. 그것을 시각화하는 과정은 욕망과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과정인 것이다. 직면하는 자, 이면을 파헤치는 자의 시선이 날카롭고 핏발이 서려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도발적이고 반사회적인, 음흉한 자(?)의 시선은 항상 흥미롭다. 2018년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입장을 제시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꽤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는 관심을 가져본 적 없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
   
  2018년 한국 사회도 미투운동으로 인해 못지않게 혼란스러운 시국이다. ‘위협 받은 적 없는 권위’와 ‘불평등한 통념에서 비롯된 폭력’에 대항하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과 지위를 검열하고 성찰하고 있다. 고야라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어떤 상상을 하고 인간들의 얼굴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그리고 내가 고야라면, 나는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차례>

1. 고야, 사상가
2. 고야, 입문하다
3. 예술 이론
4. 병과 그 영향
5. 치료와 재발, 그리고 알바 공작부인
6. 가면, 캐리커처 그리고 마녀
7. ‘변덕들’의 해석
8.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9. 나폴레옹의 침략
10. 전쟁의 참화들
11. 살인, 강간, 산적, 군인
12. 평화의 참화들
13. 희망을 갖다, 경계심을 품다
14. 두 가지 길
15. 두 번째 병, 검은 그림, 광기
16. 새로운 출발
17. 고야의 유산

참고 문헌
도판(컬러) 목록
그림(판화와 데생) 목록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도서 정보>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 Goya A L'Ombre Des Lumieres -

지은이 :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 류재화

펴낸곳 : 아모르문디

분야
예술, 예술가, 예술 이론

규격
149*211*24 mm

쪽 수 : 328쪽

발행일
2017년 8월 30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92448-63-5 (03600)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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