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피 공부, 혹은 생활 명언 모음집

글 입력 2018.03.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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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 대중은 대중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광고쟁이는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글을 쓴다.
-<카피 공부> p,239

글쓰기 스터디를 할 때 어떤 스터디원의 글이 다소 설명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얘기를 나눠 보니 나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글을 쓴 사람은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조언했다. “독자의 능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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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용지 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이 책에 대해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내용이 모두 파란색 글자로 기록되어 있으며, 문단 앞에 빨간색 숫자로 번호가 달려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마음에 드는 꼭지를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 독특하다. 두 번째, 각 문단의 연결은 긴밀하지 않다. 그래서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세 번째, 읽다 보면 이 책이 비단 ‘카피를 쓰는 전략’에 한한 것일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본문의 총 1060개의 문장 혹은 생각들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도 이 책의 타겟 독자 범위는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한하지 않고 넓어질 수 있다. 반면 카피를 쓰는 실질적인 조언을 얻고 싶었던 독자라면 원하는 바를 단번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생각하고, 압축적으로 쓰고, 그만 말해라(Think hard, write tight, shut up).”와 같은 문장들을 마주할 때다. 이때 독자는 ‘열심히’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압축적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다소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shut up’이라니, 조용히 하고 글이나 쓰란 얘기인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필요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친절한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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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문에서 글쓴이가 공개한 ‘아이디어 도출’ 4단계를 통해 이 책의 용도를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축적’에 해당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보면 좋을 책이 바로 이 <카피 공부>다. 본문에 소개된 문장은 마치 1060개의 탄환과 같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문장들이었지만, 찬찬히 곱씹으며 발견한 나름의 전략도 있다. 413번째 문장 “글쓰기 기술은 자제(自制)의 기술이다.”,  419번째 문장 “말없이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라.(하략)”, 664번째 문장 “‘이 포스터에 뭘 집어넣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뭘 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라.”처럼 광고 전략은 일종의 역설이다.

어떤 책이든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책은 임무를 다한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몇 년 간 글쓰기에 매력을 느껴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해온 나에게 필요한 말이 있었다. 특히 요즘엔 백지를 보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설렌 마음보다 왠지 모를 부담과 걱정이 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주한 243번째 문장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243
겁먹은 상태에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믿음을 가져라!


사실 이 문장에서 ‘글’이란 글자는 모든 행위로도 치환될 수 있다. 겁먹은 상태에서는 글이든 일이든 무엇도 잘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이 추상적이고 독자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사람,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 어떻게든 자극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카피 공부>는 필요한 '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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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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