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곰'으로의 각성, 연극 < 처의 감각 >

글 입력 2018.03.2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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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의 감각_포스터.jpg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처의 감각 >


극 고연옥 / 연출 김정





처의감각_컨셉사진 (2).jpg
 

< Synopsis >

숲에 버려진 한 남자가
동굴에 혼자 살고 있는
한 여자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그녀는 숲에서 길을 잃은 뒤
한때 곰과 살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으나,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아기는 죽고
곰 남편과도 이별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룻밤의 동침으로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여자는
그를 따라 도시로 떠나고,
그들은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생활을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에 점점 지쳐가고,
여자는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며
점점 집안으로만 숨는다.


...

삼국유사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인간의 반은 곰’이라는 무의식에서 출발해,
곰의 감각을 잃어버린 지금의 인간이
타자를 끊임없이 약자로 만들고
짓밟는 본성에 대해 경고한다.

어린 시절 곰과 살았던 여자가
곰을 버리고 인간세계로 들어갔지만,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고
인간세계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되어
다시 곰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을 그린다.

고연옥 작가는
“약자에게 공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약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때,
우린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처의감각_컨셉사진 (1).jpg


< Preview >

     
  발끝으로 땅을 툭툭 찧는다. 갑갑한 버스 안에서 크게 숨을 들이쉰다. 가만히 누워 가슴께 심장박동을 느낀다. 불 꺼진 방 안에 푸른빛이 감돈다.
   
  내가 자주 응시하는 순간들이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니어서 기억도 못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직감 혹은 육감 등으로 강렬하게 가닿는 감각들. 나는 감각추앙론자다. 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사고를 통해 도출한 판단보다 ‘감각적인 상태’가 진실에 가깝다고 믿는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바로 눈, 코, 입, 귀, 살갗 등을 통해 외부의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인데. 물론 그 ‘알아차림’을 직접 설명하거나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성과 감정의 중무장이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감각’은 날것 그대로의 인식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하다. 무의식과 연결될 수 있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설명하지 못해도, 그려내지 못해도, 심지어 깨닫지 못해도 인간은 무언가를 이미 ‘감각’하며 살아간다. 모르는 사이에 몸을 긁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부위가 모기 물린 곳이라던가. 계속 거슬리는 인간이 있는데 그 사람을 앞에 서면 말을 더듬고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던가. 이렇듯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알게 모르게 휩쓸리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생소하고 이질적인 혹은 익숙한 감각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편이다. 근사한 무언가를 도출해내기 위함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무언가 있어서가 아니라 무언가 있을 것 같으니까 보는 것이라고 해두자.
   
  연극 <처의 감각>. 작품명부터 감각이라는 단어가 대놓고 들어가서 흥미로웠다. 게다가 ‘처(妻)’의 감각이라니. 남자의 짝이 된 여자가 가질 수 있는 감각. 시놉시스나 기타 공연 정보를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늠하기 힘든 제목이라 도발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감각을 한정된 무대 공간 위로 구현해 내는 과정은 어디 쉬우랴. 기승전결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하고 직관적인 연출이 필요하다. 그러니 분명 단순히 처, 그러니까 곰아내가 느끼는 표면적인 감정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면의 것.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도 몰랐던 감각을 마주하는 과정이 그려지지 않을까. 그 과정을 펼쳐내는 게 이 연극의 여정인 것이고.
   
  정말 그럴지는 관람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겠지만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이 현대 무용가들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표현주의적’ 연극이지 않을까 싶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감각들이 상징화 되어 전개되는 것이다. 집중력이 필요한 작품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2015년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후 각색본 공연, 희곡집 발간, 낭독공연 등으로 관객들과의 꾸준한 소통이 있었던 것을 보아 벽이 높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예상된다. 남자와 여자. 인간 세계와 곰의 세계. 연극이 끝나고 나는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허우적대고 있을까 아니면 곰의 세계를 마주하게 될까. 이 흥미로운 대비를 어떻게 조율해나갈지.


처의 감각_웹전단.jpg
 


<공연정보>


처의 감각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4.05(목) ~ 04.15(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제작
남산예술센터
프로젝트 내친김에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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