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운이 남는 공연 정크, 클라운

여운이 남는 공연 정크, 클라운
글 입력 2018.03.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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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놓고 놀자'라는 포스터에 크게 적힌 문구, 나는 사실 공연의 제목보다도 이 문구가 더 먼저 와닿았던 것 같다. 어쩌면 생활 속에서 지쳐있는 내가 나에게 권해주고 싶었던 공연이 아닐까 싶었다.


00. 정크 클라운_포스터.jpg
 

그런 마음에 나는 이 공연을 택하였고,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정크, 클라운'이라는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로 혜화역을 향했다. 공연을 진행하였던 대학 예술 극장 대극장은 소극장과는 다르게 접근성이 좋은 큰 길가에 위치해있어서 찾아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찾아 간 건물 벽면에는 '정크, 클라운'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고, 안내에 따라 올라간 공연을 진행하는 3F 극장을 입장하는 문 앞에는 음식물 반입금지와, 카메라 및 촬영 매체, 휴대폰 OFF 등의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이 기재되어 있었다. 좌석 또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의 수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좌석마다의 간격이 넓어서 공연 내내 불편하지 않게 관람이 가능하다는 좋은 조건의 장소로 적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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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공연은 처음 관람하는지라 사실 기대감이 크기도 컸지만 극단의 표현력이나 극 중의 이해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짝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색다른 공연을 관람하고 알아 간다는 생각에 이 공연을 향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곳에 발걸음을 이끌었던 게 아닌가 싶다. 공연이 시작하자 성인 남성 4명이 공연에 걸맞은 의상과 표정, 그리고 행동들을 갖추며 등장하였고 이내 능숙한 마임과 갖가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무언가를 표현해내었다. 그들의 마임에 나도 모르게 공연에 집중하며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으며, 관객들 역시 같은 시선으로 관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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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집중을 보탤 수 있는 역할이 되었던 건 배경적 요소에서 적합하게 흘러나왔던 음향이었다. 바닷속, 혹은 하늘, 달리는 자동차 등 극단의 마임과 배경에 맞춰져서 나오는 사운드는 공연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고물을 이용하여 자동차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도 하며, 코끼리가 되기도 했으며 뱀이 되기도, 물고기가 되기도 하였다.
 
중간중간 흩날리던 종이 조각들과 특히 검은 쓰레기 봉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찢어지고 주름이 간 검은 쓰레기 봉지가 휘날릴 때 평소와 같았다면, 인상이 찌푸려졌을법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연에서 흩날리던 검은 봉지는 '아름다웠다'고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저 봉지로는 어떤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런 생각 자체가 들었던 것과 동시에 이 공연의 포스터에 적힌 '다 내려놓고 놀자'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연극을 보기 전 나는 이 문구를 보며, 평소 지쳐있던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나의 심신에 대하여 잠깐의 휴식을 가지자는 취지로 공연을 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후로 다시 이 문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물론 전하고자 하는 것도 일상에서 벗어나서 실컷 웃고 내려놓고 놀자는 뜻도 가지고 있겠지만 암묵적으로 이 공연이 전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느끼고 나에게 전해져 왔던 것은 심적으로 지치고 사회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성인' 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이 공연에서 극단들이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는 예전 어릴 적 주변 무언가를 만지며 비슷하게 흉내를 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행위를 관람함으로써 '회상'하게 하는 것.

지금을 내려놓고 잠깐 동안 그 순수하고 작은 것에 행복했을 때로 돌아가서 놀자는 뜻을 전하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관객들을 살펴보니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대다수였고,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어린아이까지 나이대가 다양했다. 포스터에는 성인들을 위한 공연이라 칭했지만 이 공연은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없이 무난하면서도 각자 다른 느낌을 얻어 갈 수 있는 공연이라 느껴졌다. 물론 그들이 취하는 마임들에는 웃음을 위한 부분이 컸지만 마지막 막을 내리기 전 장면에서 취했던 마임과 상황은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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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자 그들은 놀고 있던 모든 것을 정리하며 극단 중 한 명은 정장 옷을 갈아입으며 낡은 우산을 쓴다. 마찬가지로 나머지 세 명의 극단도 낡은 우산을 펴며 시선은 허공을 향해있고 무언가를 먹는듯한 마임을 취한다. 그렇게 60분이라는 공연이 막을 내렸다.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간은 짧고 순식간으로 느껴졌다. 공연은 끝났지만 그 공연이 남겼던 여운은 컸다. 자꾸 머리에 맴돌며 곱씹게 했던 마지막 장면. 지금의 성인인 '우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공연 구성에 대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마냥 재밌기만 할 줄 알았던 공연, 그리고 처음 관람하게 된 마임공연은 말을 전달하는 연극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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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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