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슴으로 낳은 내 아이, 마더 [문화 전반]

수많은 모성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3.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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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마더에 대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본과 연기가 탄탄한 작품을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고 보는 내내 속울음이 터졌다.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룬 만큼 그 파급력도 컸다. 아동학대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성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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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가 방영되기 몇 주전 뉴스 포털에 꾸준히 올라오는 한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어린아이가 실종된 상태였고 범인은 아직 검거 전이었다. 매일 꾸준히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제발 아무 탈 없이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범인은 아버지였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들은 꾸준히, 빈번하게 발생해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는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고통에 몸을 떠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드라마 속 혜나도 그렇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계속해서 학대를 받는 아이였다. 아이를 혼자 집안에 두거나,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장면들은 보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어린 혜나에게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했지만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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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시리도록 추운 날, 혜나는 검정봉투 안에 넣어져 버려진다. 그걸 강수진이 발견하게 되고 둘은 되돌릴 수 없는 여정을 떠난다.

학대당한 아이를 살펴줄 사회적 보호망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유괴‘라는 중대한 범죄를 안고 도망을 치는 수진은 필사적이다. 윤복이와 멀리 떠나 단둘이 살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보였다. 까만 봉투 안에서 가까스로 숨을 내쉬던 혜나를 보던 순간, 수진은 자신의 어릴 적을 보았던 것이다. 누가 봐도 엄마와 딸 같던 그들의 모습은 점차 내면으로 굳어간다. 결국엔 완벽하기만 했던 계획을 끝마치진 못한다. 경찰에 발각이 되고 윤복과 수진이 떨어져야만 했을 때,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울 뻔했다.

아직도 눈앞에 그 애틋한 감정이 선하기만 하다. 서로를 안고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그들이 진짜 모녀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윤복이 ‘엄마, 엄마’ 하며 울부짖는 목소리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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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진다. 따뜻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았다고 모든 여자가 엄마가 될 수 없듯이 이 세상에는 다양한 모성이 있다. 배 아파 낳았음에도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가슴으로 낳아 아이를 품는 엄마도 있다. 수진과 윤복처럼 말이다. 또 수진과 그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모성애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을 말하는데 이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져 왔다.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대한 모성애를 요구받는다.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드라마들 통해서 엄마는 무조건적으로 모성애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알아간다.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 그들이 행복하길 바랐다. 윤복이도, 혜나를 낳아준 엄마도, 수진도 말이다. 보호시설에 들어간 윤복이는 표정이 항상 어두웠다. 어딜가나 땅을 보고 걷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냥 윤복이가 얼른 환하게 웃는 장면을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 장면을 몹시 기다렸다. 마침내 윤복이는 그를 스쳐 간 수많은 엄마 중 진짜 엄마를 만난다. 그들의 남은 이야기는 행복으로 가득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어떤 경우에도 너는 내 딸이고
니가 한 일들에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할 일은 없을 테니까
누구를 만나도 굽히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라'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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