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년 전, 겨울. 나에게 찾아온 위로 : '수선화에게'- [도서]

'혼자'가 더 이상 무뎌질 수 없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18.03.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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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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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뜨거웠던 서울의 여름. 나는 인생에서 가장 차가운 시기를 보냈다.
 세상이 날 향해 '넌 혼자야' 하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바라지도 않았다. .
 
 그래,
 나는 마치 무인도에 버려진 아이처럼 그렇게살았다.
 
 마음속에 작은 병이 생겼다. 가끔은, 건들면 움찔거리고 아려왔다.
 처음 그런 감정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되지? 그냥 몇 번 울어버렸다.
 그냥 혼자 속으로 앓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곧 괜찮아지겠지,

 그렇게5달이 흘렀다.



2016년, 12월 2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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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엔,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만 울려 퍼졌다.
 참, 어렸을 땐 저런 노래들에 설레했었을 때가 있었는데.

 이젠 질려버렸다.

 산타가 우리 집 베란다에 내려와서 선물을 주겠지? 하며
 A4용지에 크레파스로 '산타 할아버지, 저는 안경이 너무 갖고 싶어요.'
 꾹꾹 눌러 적어가던 그런 때도 있었는데.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패딩 밑에 기모 추리닝을 입은 나는, 어쩌면 조금은 소심하게 길을 걸었다.

 자주 가던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 싶었던 두꺼운 영어책이 있었지만, 그날은 자주 가지 않던 '시집' 코너로 가게 되었다.

 '시'라.
 피식, 웃음이 났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읽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마 무조건 구절을 해석하려 드는 국어 선생님에게 질려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히 가장 먼저 손이 간 책이 바로
 수선화에게- 정호승 시인 의 책이었다.
 또, 그 책의 여러 시들 중에 제일 먼저 나에게 다가온, 시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잇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 씩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서점에서 이 시를 읽고,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혼자'의 하루하루가 익숙해지고,
 그 다음 무뎌지고, 무뎌 질 때쯤 외로움이 사무쳐진다.
 
 누군가의 '네 옆에 있어줄게' 라는 형식적인 말보다,
 지금 너, 그 사무치는 외로움. 그거 네가 사람이라서 그래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그냥 너의 길을 가. 새들도, 종소리도, 산 그림자도 외로운 존재들이야.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는데, 네가 외로운 건 당연하고 또 당연해.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나만 이렇게 힘들고, 견디기 힘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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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종이 한 장이 나에겐 최고의 위로였고 절대 잊지 못할 감정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감정을 담아놓은 시집은 아직 나의 서재에 남아있다.

 혼자가 더 이상 무뎌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시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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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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