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를 위한 상상의 공연 - 정크, 클라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다 내려놓고 놀자!
글 입력 2018.03.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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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클라운
- 다 내려놓고 놀자! -


00. 정크 클라운_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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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으로 판토마임 공연을 보러 왔다. 미투 운동으로 지역 연극계가 쑥대밭이 됐다. 일부 극단의 대표와 연출가가 성추문에 휩싸이며, 가뜩이나 수렁에 빠져 있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남을 대표하는 44년 전통 극단현장의 고능석 예술감독은 지난 20일 "지역 연극계에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는 우리가 '아니다 아니라'라고 부인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작업 중인 걸 열심히 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 공연과 같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현장의 <정크, 클라운>은 지역 연극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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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유치한데..


입장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많이 들어간다. '아차'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나도 봐야 하니 들어가긴 한다. '아 어쩐지 이름부터 유치하더니만..' 이 연극은 자녀를 가진 부모들을 위한 연극이었나 싶은 마음이 가득 찬다.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에 후회도 약간 생기려 하는 즈음에 공연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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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볼까요?


특별할 것 없는 무대 장치. 아니 오히려 너무 투박하고 볼품 없어 보이기까지 한 이 무대 위 소품들은 공연이 시작함과 동시에 멋진 '환상의 나라'가 된다. 자, 이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시간이다. 광대(Clown)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한 드럼통, 자전거핸들, 깨진 바가지, 찌그러진 냄비로 한바탕 노는 모습이 마치 스마트폰과 같은 놀거리가 없었던 어릴 적, 주변의 소품들로 친구들과 함께 놀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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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물건(쓰레기)으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지?'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표현이 줄줄이 나온다. 배우들의 숙련된 판토마임과 어우러진 쓰레기는 순식간에 코끼리, 뱀, 닭 등의 동물은 물론 오토바이, 자동차, 경비행기 등으로 변한다. 드넓은 들길의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꿈을 싣고 달리고, 선풍기 날개로 헬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면서 전쟁놀이도 하고, 고장 난 청소기와 호스를 이용해 태풍과 물을 만들고, 페트병과 찌그러진 냄비와 바가지는 어느덧 물고기가 돼 환상으로 들어간다. 사막에서는 코끼리도 만나고 목도리도마뱀을 만나고 코브라도 만난다. 배우들은 숙련된 판토마임 기술과 고물을 이용해 한바탕 놀아낸다.

BGM과 '두두두두', '피융', '꼬꼬댁' 등 입으로 소리 내는 의성어 외에는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주 숨넘어간다. 어른들도 함께 웃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워지는 연극이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거나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위대한 고전을 다루는 내용도 아니다. 그냥 광대들은 자기들끼리 웃으며 신나게 '노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위안을 받는다. 이번 공연은 소모적인 사회생활 속에 지쳐가는 어른들에게는 유쾌한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놀이터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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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극단의 활성화를 바라며


극단 현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지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2017 지역협력형사업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함양문화예술회관과 함께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대학로예술극장 공연 기회가 주어진 덕분에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보다 많은 지역 극단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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