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또 다른 세계로, 색소폰이 가진 힘을 알게 되다.

글 입력 2018.03.2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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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또 다른 세계로,
색소폰이 가진 힘을 알게 되다.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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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공연은 평소 벽이 있는 기분이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등 매우 유명한 음악가들의 이름을 먼저 떠올릴 뿐, 그들이 남긴 음악의 이름은 떠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학창시절 음악시간 듣기 평가를 할 때 이후로 집중해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가요나 POP장르의 노래들은 정말 많이 듣고 즐기는 편이지만 클래식에는 유독 손이 많이 안 갔다. 지루하다, 어렵다, 잘 모르는 세계, 딱 이정도였던 것 같다.

 최근 '극장', 이라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 중에서 클래식 공연장에서 일하고 계신 하우스 매니저님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분은 극장 구조를 설명하시면서 클래식 공연의 특징을 말씀해주셨다. 주로 연주인만큼 음악과 관객이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관객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 큰 공연장은 가장 연주 소리를 관객들에게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보고 잘 알지 못해서,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 매력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라면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문화초대에 응하는 마음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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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꽤 오랜 시간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시선을 두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어떠한 예술이라도 모든 것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지식과 예술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일 것이다. 예술을 잘 모르는 것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예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태도가 있다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프리뷰를 적지 않았다면 '아샤 파테예바'라는 연주자, 그녀가 연주할 음악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클래식에 대해서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동안, 마치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그녀가 연주하는 음율이 미술의 한 작품처럼 여겨졌고, 공간이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심장을 마구 강렬하게 파고드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차분하게 무장해제 시키는 그녀의 연주를 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탄을 했다. 앞으로 그녀가 할 노래의 변주나 테크닉이 어떤 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공연장이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의 짧은 호흡 소리와 운지를 하며 딱딱 거리며 공기의 흐름이 방해되어 나는 소리들이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가진 힘, 진중하면서도 현란한 그 음색의 가치는 놀라웠다. 마냥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들리면 들리는대로, 느껴지는 것대로가 또 매력인 공연이었다.

 자주 접하고, 많이 알게 된 장르의 공연일 경우에는 뭔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기분이 있다. '이랬으면 더 좋겠다.', '이 부분은 아쉽다.'와 같이 공연을 보는 내내 가끔씩 머리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지친 머리를 산뜻하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아샤 파테예바

 매우 밝은 에너지와 자신감을 가진 연주자였던 '아샤 파테예바'의 그런 감정들은 음악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색소폰 연주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그런 멋진 포부는 그녀가 더욱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더욱 발산할 수 있게 되는 태도였던 것 같다. 연주하는 내내 숨이 차지는 않을까, 어쩜 저렇게 연주를 해낼까 싶으면서도 곡을 마치고 나면 정말 해맑게 기분좋게 웃어보이는 그녀의 태도는 기억에 남았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라 정말 설레는 밤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정말 밝았고 자연스러웠다. 그녀의 좋은 에너지가 연주에도 가득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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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봄비가 내렸던 날이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흐릿한 하늘 아래 있었다.
그리고 작은 빗소리와 어울리는 악기,
색소폰을 처음 만났다.




고혜원태그.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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