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 궁궐 나들이(1) - 경복궁 [여행]

글 입력 2018.03.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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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거대한 도시다. 인구 1000만,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만 15개에 달하고, 2016년 한 해 동안 약 1239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세계 7대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명성과 규모에 걸맞게, 서울엔 도시를 대표하는 다양한 랜드 마크들이 있다. 남산타워나 롯데타워 등의 고층 빌딩부터 세빛둥둥섬, DDP 같은 현대적인 건물들도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양도성과 서울 5대 궁궐은 한국, 그리고 서울만의 매력을 간직한 랜드 마크다. 높게 뻗은 건물들이 빽빽히 자리 잡은 서울 시내 한 가운데, 그 자리를 600년간 지켜온 조선 왕조의 역작들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둘러본 서울 궁궐들, 그 중에서도 특히 ‘경복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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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가장 큰 건물인 근정전



조선의 화려한 얼굴, 경복궁

 경복궁은 조선 왕조의 5대 궁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왕자의 난 부터 각종 사화(士禍), 임진왜란 당시 소실, 명성황후 시해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경복궁은 왕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함과 장엄함만은 조선의 ‘얼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등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물들은 구석구석 아름답게 치장했지만 절대 과하지 않다.



경복궁 나들이

 경복궁은 1년 365일 관광객이 가득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필두로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학생들, 필자처럼 나들이를 즐기러 온 시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경복궁을 찾고 있다.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이 있지만,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는 지금은 경복궁을 구경하기 최적의 계절이다. 경복궁을 둘러보는 데는 적게는 3~40분, 길게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또, 경복궁은 서촌, 북촌, 익선동, 소격동 등 최근 들어 주목 받고 있는 동네들과 가깝기 때문에 도보로, 주변 동네들까지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경복궁을 광화문이 아닌, 신무문으로 입장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국역에서 삼청로를 따라 신무문으로 가다 보면 서울현대미술관을 필두로 학고재, 갤러리 현대 등의 미술관들이 줄지어 있는데, 어느 곳을 들어가도 기분 좋은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삼청로에서 곧바로 청와대로로 갈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삼청동길을 따라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흔히 북촌 한옥마을이라고 알려진 이곳엔 소규모의 찻집과 식당, 한국 근현대사의 모습을 간직한 이색적인 풍경들이 자리해있다. 다시 삼청로 7길을 따라가다 PKM 갤러리를 지나면 청와대로에 진입할 수 있다. 무장 경찰이 가득한(?) 청와대 앞길을 따라가면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이 나온다. 성인(만 25세 이상) 입장료는 2000원, 청소년(만 24세 이하)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또, 한복을 입으면 무조건 무료로 입장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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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
우측 펜스 안에 향원정 공사가 진행중이다.


 신무문으로 입장하자마자 왼쪽을 보면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이 있다. 바로 ‘건청궁’이다. 고종 때 지어진 건청궁은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살해당한 비극의 현장이다. 1909년 철거됐으나 2007년에 다시 복원했다. 고종이 흥선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비로 지은 궁궐인데, 공사비용 절감을 위해 단청을 칠하지 않았고, 규모도 크지 않다. 건청궁 남쪽엔 향원정이 있는데, 현재 복원 및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펜스가 쳐져있다. 더 남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대비의 침전인 자경전, 왕과 왕비의 침실인 강녕전과 교태전이 자리해있다. 교태전 뒷마당에 십장생이 그려져 있는 아미산 굴뚝이 유명하다.

 강녕전에서 동쪽으로 가면 옛 만 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었던 왕실의 연회장 ‘경회루’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경회루는 연못 위에 지어놓은 2층짜리 누각으로, 쉽게 말해 조선 왕실의 ‘클럽’ 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을 통해 매일 소수 인원은 경회루 2층에 올라갈 수도 있다. 경회루를 봤다면 경복궁의 절반 이상을 관람한 것이나 다름없다. 경회루 서남쪽의 수정전은 세종대왕과 당대 학자들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집현전’이 있었던 자리다. 수정전 동쪽엔 왕이 대부분 일과를 보냈던 집무실인 ‘사정전’이 있고, 사정전의 정면엔 경복궁에서 가장 큰 건물인 ‘근정전’이 자리해있다. 근정전에서 품계석을 따라 광화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경복궁 나들이의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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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경회루



경복궁을 가야 하는 이유

 사실 필자는 경복궁을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치세보단 비극의 현장이었고, 평소에도 관광객들로 가득 찬데다 건물들도 화려해 다른 네 곳의 궁궐들처럼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은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경복궁의 건물들은 조선시대 건축술과 예술의 집약체이며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한국식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이른 오전이나, 폐장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5시경 입장하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경복궁을 관람할 수 있으니 필자처럼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서울 궁궐 나들이 시리즈의 첫 장소로 가장 크고 화려한 궁궐인 ‘경복궁’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경복궁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창덕궁과 창경궁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꽃이 피는 계절이 목전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봄 꽃놀이 장소로 서울의 궁궐들을, 각자 취향에 따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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