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같은 고민, 다른 답 : 도서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

도서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 프리뷰
글 입력 2018.03.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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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느 뮤지컬의 대사로 시작해보자. 순수문학만을 추구하는 건 종국엔 도피가 될 거라는 지적에, 한 문인은 이렇게 답한다. “도피라니, 이런 곳으로 도피하는 바보도 있나? 여기가 도피처고 안락해 보이나? 매일 이렇게 머리를 쥐어뜯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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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이다. 순수문학을 넘어, 문화예술을 취미 이상으로 향유하다 보면, 으레 듣는 소리고 으레 해주는 대답 아니던가. 누군가에게 예술은 에너지를 줄 영양제겠고, 또 누군가에겐 데이트 코스일 뿐이다. 혹은 어렵고 복잡하여 지레 관심을 안 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또 누군가에겐, 끝없는 고통과 머리 뜯음의 반복이다. 오늘도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것, 유의미한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자 내면의 고행을 꿋꿋이 견뎌낸다.
 
장르마다 당면한 문제는 다르다. 구체적인 고민도 각기 다르다. 단 한 가지 교집합이 있다면, 그건 ‘우리 시대 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일 것이다. 소설도, 음악도, 미술도, 영화도, 공연도 어떤 예술적 성취를 이뤄야 할지, 앞으론 어떻게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 할지, 각자의 자리에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결국, 답은 다 다를 것이다.

그 각자의 답을 찾아갔던 여정, 찾아가는 여정 모두 고행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고행이 낳은 새로운 예술이, 새로운 이야기가, 우리네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면, 볕들지 않는 곳에 따스한 빛을 불어 넣어준다면, 기꺼이 무거운 짐을 짊어 메고 길을 나설 수밖에.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 보여줄 24개의 대답은 먼저 나선 이들이 만든 지도다. 이마만큼 걸어왔다는 좌표 표시이자,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정표인 거다. 그리고 뒤따라 길을 헤매는 이들은 그 지도를 보고 다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본문 속으로



예술가들의 숭고한 삶은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천착에서 이루어진다. 새로움의 창조는 산고를 동반한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앞서 순례길을 걷고 있는 스승만큼 중요한 이들도 없다. 젊은 이사무 노구치가 세계를 떠돈 것도, 1960년대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름만 아는 마르셀 뒤샹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것도 스승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치바이스가 노구치를 따뜻하게 맞고, 뒤샹이 존 케이지들과 살뜰한 관계를 맺은 것도 젊은이들의 공허한 내면의 고통을 너무나 잘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례길은 평탄하지 않다. 손잡고 난관을 넘을 동료들이 필요하다.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은 마음을 나누며 새로움을 향해 걸었고, 뉴욕의 현대 미술 단체 ‘소시에테 아노님’ 회원들은 말없이 서로의 예술적 여정을 보듬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다섯 예술가가 서로 삶을 얽으면서 세상에 새겨 낸 예술적 궤적들은 이곳에서 한데 모여 공명한다. (…) 인위적으로 배열된 음을 제거하여 음악의 대상을 ‘모든 소리’의 우연적 조합으로까지 확장시킨 케이지의 음악, 무용에서 중력을 이겨 내는 수직적 동작과 어떤 정점을 향해 치닫는 내러티브 그리고 배경 음악마저도 최소화하여 몸짓 자체의 순수한 의미를 추구했던 커닝햄의 안무, 평면의 캔버스 위에 삼차원 일상 대상을 ‘조합’하여 회화와 조각을 가르는 틀을 흔드는 라우셴버그의 작품, 그리고 갈필로 칠한 듯 거친 붓질과 불균등하게 부착된 밀랍이 자아내는 투박한 표면으로 일상을 재현한 표현적인 레디메이드를 선보인 존스의 작품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뿌리를 내린 뒤샹의 대작들과 뒤섞여 조응하며 옛 전위적 현대 예술, 즉 아방가르드의 낭만을 떠올리게 해 준다.

- 「전위적 현대 예술의 낭만, 새로운 예술을 꿈꾼 친구들」 중에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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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예술,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


1부 우리 시대의 시각 예술 Contemporary Visual Arts

열린 공간에 담긴 예술적 삶 : 뉴욕 현대미술관MoMA 아트리움에서 보는 현재
보이지 않는 손, 투명한 시장 : 뉴욕 미술 시장의 정점 <아모리쇼 2013〉
자연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회의 : [EXPO1: NEW YORK] 전, MoMA PS1
예술의 소통, 전시의 유통 : <정적인 현현顯現 속에서〉 전, 퓰리처 예술재단, 세인트루이스
예술가의 저항, 그 예술적 의미에 대하여 : <아이웨이웨이: 무엇에 따라?〉 전, 허슈혼 미술관, 워싱턴 DC
거리에는 예술을, 사람에게는 자유를 : <오스 제미우스〉 전, 보스턴 현대 미술관
예술가의 돌, 진리의 빛 : <제임스 터렐: 회상〉 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완벽한 작품, 완전한 삶 : <장엄한 집념: 영화 명장 30인의 이야기〉 전, 영상 미술관, 뉴욕 아스토리아
억압으로부터의 ‘시크’한 탈주 : <장 폴 고티에의 패션 세계: 사이드워크에서 캣워크까지〉 전, 브루클린 미술관
자기 인식의 노력: 허세와 민낯 사이 : 〈미국은 알기 어렵다〉 전, 뉴욕 휘트니 미술관


2부 과거의 시각 예술 Historical Visual Arts

기계와 속도, 그리고 열광 : <이탈리아 미래주의 1909-1944: 우주의 재구성〉 전,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퇴폐 예술—모더니즘의 파괴, 시민 사회의 절멸 : <퇴폐 예술: 나치 독일에서의 현대 예술에 대한 습격〉 전, 노이에 갤러리, 뉴욕
스승을 찾아 나서다 : <이사무 노구치와 치바이스: 베이징 1930〉 전, 노구치 미술관, 뉴욕 퀸즈
바위산 속 보금자리—삶의 예술적 완성 : <근대적 자연: 조지아 오키프와 조지 호수〉 전,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뉴멕시코 주 산타페
미래를 보는 따뜻한 안목 : <소시에테 아노님: 미국을 위한 모더니즘〉 전, 예일대 미술관
전위적 현대 예술의 낭만, 새로운 예술을 꿈꾼 친구들 : <신부 주위에서 춤추기: 케이지, 커닝햄, 존스, 라우셴버그, 뒤샹〉 전, 필라델피아 미술관
고통, 흐름, 그리고 깨달음 : <백남준: 세계적 선구자〉 전,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3부 공연 예술 Performing Arts

맨해튼의 어느 주말 풍경 :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 뉴욕 로어 맨해튼
숲 속의 선율, 상상력의 전당 : <매버릭 페스티벌〉, 뉴욕 주 우드스탁
세기말의 꿈 : <‘비엔나: 꿈의 도시’ 페스티벌〉, 뉴욕 카네기홀
한 도시에서 벌어진 기묘한 이야기들 : <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우리 시대’: 장대한 물결의 끝자락 :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2013〉
도시의 재발견: 기차역의 오페라 : <보이지 않는 도시들〉, 로스앤젤레스 중앙역
현대와 고전의 만남 : 뉴욕 시티 발레 2013-14 시즌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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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지은이∥최도빈
펴낸곳∥아모르문디
발행일∥2016년 10월 17일
판  형∥153*210
면  수∥282면
정  가∥20,000원
분 야∥예술․미학․예술기행․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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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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