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에프의 생애와 작품세계, 그 세계를 거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경민

[3.25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 김경민 바이올린 독주회
글 입력 2018.03.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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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_사진.jpg
 

Prokofiev의 Violin 음악세계

20세기 위대한 러시아 근대 작곡가인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는 절대음악의 요소가 보인다. 그의 음악에는 정통적 틀이 있고 그것을 선회하는 파격적 기법으로 다른 동시대 작곡가들과 확연히 구분되며 특히 실내악 작품에서는 그런 기교의 우회성과 특징이 세밀하게 드러난다.

그의 현악 실내악 작품들을 보면 2개의 현악4중주, 2개의 첼로소나타, 1903년 작곡되었으나 출판 되지 않고 분실된 c-minor 바이올린 소나타 외 2개의 바이올린 소나타(2번은 플릇 소나타로 먼저 작곡된 곡이다, 1번 소나타인 op.80, f minor 소나타는 작곡기간이 8년이라 2번 소나타 보다 늦게 완성 된 곡이다. f-minor소나타는 2개의 협주곡과 2번소나타와 함께 그의 대표적 바이올린 작품으로 손꼽힌다.

파리에서 작곡된 실내악 작품들과 함께 5명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한 5개의 멜로디(five melodies)는 압축된 그의 바이올린 음악이 잘 표현된다. 잘 연주 되어 지지 않는 op.115의 솔로 바이올린소나타는 몇 개의 변주곡에서 습작의 느낌도 있다.

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op.19,op.63)은 몽환적 아름다움을 근거로 실험적 현대음악의 요소를 세련되게 전개시키고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은 기교적으로 뛰어난 경지의 작품이며 어렵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로코피에프의 작품들, 페터와 늑대, 세개의 오렌지 사랑, 전쟁과 평화, 신데렐라,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발레곡들, 오페라, 관현악곡 영화음악까지 그가 손대지 않은 장르가 거의 없었다. 피아니스트였던 프로코피에프는 9개의 대표적인 피아노 소나타중(6,7,8번의 전쟁소나타)와 수많은 피아노 작품과 협주곡을 5개나 남겼으며 그의 발레음악보다 감동적인 7개의 교향곡은 격동기의 시대상을 어떤 유파의 형식에도 속하지 않은 독창성으로 표출한 위대한 작품들이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는 혁신, 그로테스크, 천재성, 해학적인 간결함 등 그의 음악만의 중심핵이 존재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그 후 파리에서의 체류, 1918년부터 긴 외유의 기간을 지내 1933년 공산체제의 조국인 러시아로 돌아오기까지의 기간과 1953년 그의 죽음으로 보여지는 프로코피에프의 인간적 삶과 애환을 근거로 우리는 그의 음악을 좀 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돌아가겠네.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지만 역시 이곳에서는 안 되겠어. 나 같은 러시아 인은 외국의 다른 공기, 다른 환경에서는 영감이 떠오르자 않는다네. 다시 한 번 진짜 겨울, 일시에 꽃이 만발하는 봄을 보고 싶네. 러시아 말과 노래가 울리는 것을 듣고 싶어. 그들의 노래는 나의 노래야“


모국 소련에서 그의 역정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1948년 악명 높은 '지다노프 비판'에 걸려 쇼스타코비치 등과 함께 공산당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가비판 서간을 작곡가 동맹에 보내는 것 이외의 처벌은 면했지만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그는 1953년 3월, 스탈린이 사망한 바로 그 날 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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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Note
[3.25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S. Prokofiev violin sonata no.2 in D major op.94 bis(1944)

1942년 플릇 소나타로 작곡된 소나타를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제안으로 1943년 약간의 개작을 걸쳐 1944년 완성, 그해 6월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의 초연으로 발표되었다. 이곡에서는 그의 음악특성중 하나인 세련된 프렌치풍의 작곡스타일이 표현되고 있다.

제 1악장은 프로코피에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반주가 매력적인 무조적 진행으로 변환된다. 제2악장은 전형적인 스케르초 악장이며 바쁘게 움직이는 바이올린의 선율, A-B-A 중 B부분은 바이올린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음색을 드러내고, 두 주제 사이의 동형진행을 보이면서 곡은 끝마친다. 3악장은 우울한 러시아풍의 선율의 모티브로 반음계진행 형의 3연음과 반음계적 반주가 진행된다. 4악장은 “열정을 가지고” 라는 악상으로 밝은 분위기의 음이 많은 플릇의 요소가 많이 보이며 론도 형식으로 중간 러시안 멜로디 전개 후 갈수록 급진적인 느낌으로 곡을 마친다.


S. Prokofiev Sonata for two Violins op.56(1932)

프로코피에프의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는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간결함으로 조합되었으며 매우 특징적인 작곡기법을 보인다.1936년 러시아에 정작하기 전 파리에서 남긴 적은 양의 실내악 작품들 중, 수작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두 성부가 주고받는 대위법적인 진행과 바로크양식의 영향은 음악의 기본적 요소에 충실하고자 했던 프로코피에프의 성향을 나타낸다. 두 성부가 대위법적으로 주선율을 노래하며 순환 악장 구성을 나타낸다. 1악장은 레치타티보의 서정성이 드러나며, 2악장은 스케르초답게 거친 선율들이 서로 경쟁한다. 곡이 진행될수록 반 대위법적 선율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3악장에서는 전에 없던 로맨틱한 선율이 갈수록 복잡한 화성을 뿜어낸다.

익숙한 모티브를 필두로 4악장에서는 다양한 기교적 모티브의 순환반복을 보인다. 두 바이올린의 테크닉이 정점에 달하면 코다에서의 팽팽한 긴장이 고조된 c 음이 해학적인 끝맺음을 한다.


S. Prokofiev Suite from "Romeo & Juliet" arr.by Baich/Fletzberger

셰익스피어의 동명희곡에 기초한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로코피에프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프로코피에프는 이 작품을 쓰기 한 해 전인 1933년, 오랜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그는 1935-1936년에 걸쳐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 op.64”을 작곡하였는데 (이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것으로 알려짐). 이 작품을 통해 프로코피에프는 자신의 작품을 실험주의에서 자연주의로, 모더니즘에서 로맨티시즘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여러 버전의 바이올린작품들이 연주되는데 오늘 연주될 곡은 러시아계 오스트리아 바이올리니스트 B바이히 와 피아니스트겸 지휘자 플렛츠베르거가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로 편곡 및 연주한 곡이다. 이 버전은 기존 Suite 보다 좀더 스토리텔링 같은 흐름이 독특하여 최근에 많이 연주되고 있다. 7곡의 짧은 단편 곡들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스토리를 압축하는 듯하다.

서주인 제1곡 Introduction, 빠른 제2곡 Julia(줄리아), 제3곡은 Tanz der Ritter (기사의 춤(몬테규가와 캐플럿가-Montagues and Capulats))로 많이 알려진 곡이며 무거운 분위기의 allegro악장이다. 서정적 제4곡 Balkonszene (발코니의 장면), 빠른 vivo의 제5곡, Tanz der paare (커플의 춤), 제6곡 Mercutio (머큐시오:로미오의 친구_티볼트에 죽임을 당한다.),제 7곡, Kampf und Tybalts Tod(대결과 티볼트의 죽음)은 짧은 코다가 인상적인 비극을 표현한다.


S. Prokofiev Violin sonata no.1 in f minor Op.80 (1938/1946)

이 멋진 소나타의 작곡의 시작은 1938년 이었으나 제2차 대전의 와중으로 중단되었다가 8년의 시간이 흐른 후 2번소나타보다 2년 늦게 1946년 완성된다. 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어둡고 음울하다고 평가된다. 이시기에 그는 톨스토이의 원작에 의한 오페라 전쟁과 평화를 비롯해 9개의 피아노 소나타(3개의 전쟁소나타 등)를 작곡하였으며 고뇌의 작품, 교향곡 제5번등 원숙기의 수작들도 연이어 발표되었다.

1946년 10월 23일, 이 곡도 레프 오보린과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초연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많은 걸작들이 탄생된 시기에 작곡된 1번 소나타는 어쩌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조합에 대해 더욱 신중히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느림-빠름-느림-빠름 구조의 4악장으로 진행되는 이 곡은 고전,교회소나타형식을 따랐으며, 현대음악에 전통적 요소를 넣었던 프로코피에프의 신고전주의 성향을 보여 준다.전쟁과 격동기의 시대에 걸쳐 완성된 곡인만큼 곡 전반에 걸쳐 심각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으며 프로코피에프 특유의 진지함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느린 1악장은 전쟁에의 공포와 불안 등이 묘사되어있는 작품 이다,어둡고 심각한 정서를 바이올린 선율로 표방한 강렬함으로 특징되는 이 악장은 그의 가장 음울하고 어두운 시절을 대변하는 격한 고뇌의 해석으로 연주되어야 한다, 1악장 후반부의 스케일패시지는 “무덤가에 부는 바람”으로 표현되기를 지시하고 있다. 거친 스케르쪼의 2악장은 Brusco악상으로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최대한 거칠게 연주하라는 프로코피에프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며 중간의 힘차고 영웅적인 선율은 폭 넓은 테마를 가지고 전개되는 급진적인 악장이다. 이어지는 3악장은 느린 평화롭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슬프고 아름답게 전개된다. 마지막 4악장은 처음부터 빠르고 복잡한 리듬의 민속적 성격이 표출된다.

2 대 3, 3 대 4, 등의 순환적 리듬과 격앙된 화성의 몰입은 원초적 인간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듯 강렬하게 다가오며 다시 등장하는 버려진 무덤가의 바람의 표현적 긴 스케일 패시지는 암울과 공허함속의 긴 여운을 남기고 피아니시모로 회한적인 멜로디를 끝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글 정리 김경민





Profile
violinist 김경민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실력파 음악가로 자리를 굳힌 바이올리니스트 김경민은 자신만의 깊이 있는 음악세계를 고수하며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그녀의 음악관을 표출하고 있다.

예원학교(연호예술상수상), 서울예고 수석입학 및 졸업, 쾰른국립음대 초청으로 도독, 하노버국립음대수료, 쾰른국립음대 졸업(학사 및 석사과정), 스위스메뉴힌음악원(I.M.M.A.)졸업, 스위스 베른 국립음악원 졸업(Stucki-Stiftung 최우수 학생 장학금수혜자) 및 최고 연주자과정인 Solist Diplom을 취득 하였다. 세계적 거장인 라미 셰벨로프, 이고르 오짐의 제자이며 메뉴힌, 밀스타인, 바르가, 오드노포소프, 로스탈 등의 세계적 거장들로부터 마스터 코스를 수료하였다.

제23회 이화경향콩쿨종합특상, 제2회 중앙콩쿨 최연소 2위 입상, 동아콩쿨 3위 입상 등 서울예고 재학 중 국내유수 콩쿨에 입상하였으며 유학 중에는 티보 바르가 국제콩쿨Finalist(최종본선진출자), 크라이슬러 국제콩쿨 semi Finalist 진출 하는 등 폭넓은 수학과정을 거쳤다. 베르너 차이퉁(베른신문)으로부터 “드물게 보는 재능, 매혹적인 연주”라는 연주 평을 받았으며 Camerata Lysy 단원 및 솔리스트로도 활동하였다. 스페인 카잘스 페스티발, 메뉴힌 뮤직 페스티발 등 국제음악제 초청연주(Camerata Lysy)하였으며 독일 Lohmar음악학교 출강경력도 있다.

Bern Symphony 2회, KBS교향악단(전국순회연주회), 서울시향(3~4회), 부산시향(3회), 광주시향, 포항시향,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 심포니, 파리 오페라좌 실내악단 등 국내 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금호재단 초청독주회(목요음악회)등 수많은 독주회 및 초청 연주 등으로 연 1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9년 반의 유학기간을 거쳐 귀국 후 이화여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유수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추계예대겸임교수(2003~2007), 서울예술종합원 교수 및 학과장을 역임하였고 동아, 중앙 등 국내 유명 콩쿨 심사위원 경력도 다수 있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1991~2005) 및 코리아나 쳄버뮤직 소사이어티(2002~2008)등 국내 최고 앙상블 단체의 단원으로도 수많은 연주회에 동참하였으며 이 활동은 2009년 음악감독으로 앙상블포럼21을 창단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김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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