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글 입력 2018.03.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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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표지에 장식된 희망의 꽃다발처럼 소망 가득한 이야기로 채워진 출판저널 503호. 그 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책문화챙태계를 진지하게 모색했던 특집좌담, '지방분권 시대, 지역출판의 시대가 온다'를 집중해서 리뷰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역이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엔 혜원의 엄마가 아픈 남편의 요양차 내려 와있던 남편의 고향이자 작은 시골 마을을 그가 유명을 달리한 후에도 떠나지 않고 살았던 이유를 딸에게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너를 여기에 뿌리내리고 싶었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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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터전에서 촘촘한 뿌리를 내리고 끈끈한 유대감을 통해 힘을 얻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 정책으로 발전해온 터라 지역민들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지역이 담고 있는 문화의 무게감은 수도권의 그 무엇과도 다르지 않다.

출판저널 503호에선 이러한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게 지역출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외부에서 바라보며 지역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닌, 지역민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밖에선 보지 못하는 이면을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에 무척 공감했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 공동체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고,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고, 더 깊이 파고들어 전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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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판저널이 담은 지역과 문화의 담론은 지역작가와 상생하며 지역출판사의 생산-유통-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지역출판 생태계 조성에 힘을 실었다. 덕분에 수원의 골목잡지 <사이다>을 발행하는 사회적 기업 더페이퍼처럼 지역의 이야기를 엮는 일이 충분히 매력적이고 바람직한 콘텐츠 시장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그 가치를 믿게 되었다. 물론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겠지만 2017 지역출판도서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제주, 올해 지역도서전을 개최할 수원, 전라도닷컴의 광주, 학이사의 대구 등 지역출판사의 선진모델을 모범 삼아 연구한다면 좋은 해답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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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만이 담을 수 있는 특색있는 이야기. 내가 사는 지역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그건 정말 온전히 우리 지역만이 발굴해내어 시대에 전할 수밖에 없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하긴,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민이 귀 기울이지 않고 담아내지 않는다면 누가 할까.

지금은 밤이 되면 포장마차로 가득한 광주천변 장터가 3.1운동 당시 사람들이 만세운동을 했던 곳이라는 것을. 관광객에게 그저 예쁘고 맛집이 그득한 곳으로 알려진 장소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이야기가 있는 곳. 살아온 이들의 아픔이 서린 곳. 이런 이야기를 잊지 않고 발굴해내어 전하는 것이야말로 그 지역의 특색있는 지역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여행은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이색적인 체험을 하며 마냥 즐거운 일일 수도 있지만, 여행자로서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 시대 그 지역에서 일어났던 서사를 알게 되는 것 또한 여행의 한 테마일 수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터전의 생활 환경은 다를지라도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도 가 닿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 그 역사를 차곡히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출판이 끌어낼 문화의 진정한 세계화일 것이다. 지역 다양성의 토대가 마련된 곳에 세계인의 연대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다채로운 생태계의 빛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 김정미


[김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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