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세상엔 언제나 문제가 있다 _ 연극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을 보고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글 입력 2018.03.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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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이 아니었으면, 뭐였을까?”
“상관없지 않을까? 세상엔 언제나 문제가 있으니까."



햄릿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은 단연 햄릿이다. 그만큼 햄릿이라는 인물이 이 연극에 가장 많이 출연하기도, 가장 많은 대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만큼 많은 대사에서, 주옥같은 또 촌철살인의 무언가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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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이라는 고전 그 자체를, 배우들이 햄릿을 연기하다가 우리에게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글로브극장’을 재현하다가 가버릴 것을 기대했을 사람들에겐 먼저, 이 연극은 사과의 말씀을 전해야겠다. 그만큼 이 연극의 ‘햄릿’을 다루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연극의 시작 ; 연극스러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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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의 첫인상은 무대를 보는 순간부터 좌우되곤 한다. 이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의 무대는 강렬했다. 뭐, 대단한 무대장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 들어간 관객들에게 여기에서 뭔가가 일어나긴 하겠구나하고 느껴지게 했다. 바닥의 모래같은 것들이 그랬다.

 연극이 시작된 후는, 당황스러웠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연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 그들의 연기는, 그 연극은 너무나도 ‘연극스러웠다. 그래, 연극스러운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두가지 세계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바로 현실과 햄릿의 세계다. 이 두 세계는 번갈아 나타나다가 종국엔 합쳐져버린다.



문젯거리 ; 죽음과 미투, 그 사이 '생각의 부재'


 햄릿의 세계에서의 문젯거리는, ‘아버지의 죽음’ 그 후 일들이다. 살인자와 어머니의 결혼, 꽤 미묘한 죽음에 관한 묵인, 그리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본질적으로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햄릿의 어머니는 ‘대의’를 위한 결혼이었다고 몇번이고 반복한다. 중요한 이야기는, 진행 중 몇번이고 반복되기 마련이다. 앵무새의 말처럼 반복되던 그 문장은, 모르긴 몰라도 관객들에게 그 말 그대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햄릿의 어머니는, 대의가 아니라 그녀의 안정과 이익을 위해 기꺼이 아버지의 사촌동생과 결혼하는 것으로 보였다. 양심은 다 팔아먹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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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세계의 문제는 그것이었다. 포털사이트의 모든 글자들을 점령하고 뒤덮이고, 또 덧씌워지는 '미투'였다. 수많은 호의를 뚫고 “교수가 한 여행을 성추행했다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고?”라고 외쳐지는 말들이 그랬다. 또 몇번이고 연극에서 지금의 미투를 떠올리게 하는 말들이 등장하고 등장했다. 우리 관객들은 그 사건과 얼굴들을 떠올렸다. ‘미투운동은 어땠지?’ ‘지금은 어떠지?’하고 생각해봤지만, 생각나는 건 “개나 소나 다 미투래”나 “미투 그만 좀 해라”는 생각없는 댓글들 뿐이었다.

 여기나 저기나,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극 중 극 ; 그 속에서의 '반성'


 앞서 말했다시피, 현실과 햄릿의 세계는 만난다. 오필리어, 오필리어의 아버지, 왕과 왕비는 연극의 마지막에서, 연극을 본다. 현실의 무덤제작자들이 연기하는 ‘광대’들의 연극이다.

 연극 속의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연극 속의 사람들이 보는 연극입니다. 연극 속의 연극, 극 중 극이다.

 현실이 연극이 된다. 연극이, 현실의 연극을 보며 무언가를 느낀다. 꼬이고 꼬였다. 그 꼬이고 꼬인 연극에서 우리는 생각을 했다.

 그 극 중 극이 진행되면, 생각하지 않는 '연극의 사람들'이 관객들에 끼어 연극을 보면,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왠지 찔리는 것이다. 그들이 ‘왕의 죽음’을 저변에 묻고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나쁜 일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것처럼, 누군가가 햄릿처럼 ‘멈추고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행동해버리고 있었다. 그저 생각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서야" "분위기를 위해서야" 하고는 묻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 또 쉬우니까.

 어느 세계의 사람들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생각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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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편한 게 좋긴하다. 그냥 움직이고, 그게 더 빠르고, 또 스트레스도 적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이 불편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테니까. 사람들을 덜 아프게, 또 덜 힘들게 할 수 있을테니까.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덜 힘들 '사람들'이라는 것에 포함된다. 그리고 더 간단하고 명확하게 말해버리자면, '그게 맞으니까.'

"세상엔 언제나 문제가 있으니까"

 필자의 친구의 말대로, 이 세상엔 언제나 문제가 있다. 햄릿의 세계에선 '왕의 죽음과 그 배후'였고, 지금은 '미투운동의 대상들'인 것처럼, 이 세상에는 언제나 불편하고 생각하기 힘든 문제들이 존재해왔다. 언제나 우리를 둘러싸고 그 저변에서 우리의 생각을 막았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다. 세상엔 언제나 문제가 있으니까. 또 계속 그렇게 생각한다면, 생각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결국엔 이데아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세계에 살 수 있게 될테니까. 또 점점 더 무겁게 생각할 거리가 줄어들테니까.

 오늘도 우리는 멈추고, 생각하는 '햄릿'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느냐 안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답은 '어쨌든 생각은 해야한다'지만.



산울림 고전극장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가져옵니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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