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산울림 고전극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글 입력 2018.03.18 0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고전극장포스터.jpg
 

2018 산울림 고전극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무대에는 모래 같은 것들이 잔뜩 깔려있어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무대가 암전이 되고 두 명의 무덤지기들이 모래에 깔린 시신들을 파헤치며 극이 시작되었다. 시신을 파헤치도록 지시한 사람은 호레이쇼. 햄릿의 친구이기도한 그는 무덤지기들에게 연극에서 광대역할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잠깐의 논쟁 끝에 그들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본읽기를 시작한다.

 이쯤에도 알 수 있다시피 이 극에는 <햄릿>에서와 마찬가지로 극중극이 등장하게 된다. 극중극이란 등장인물에 의하여 극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으로, 원작에서 햄릿이 클로디어스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연출 하고 연기지도를 하기도 한다.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에서는 호레이쇼가 그 역할을 맡아 두 무덤지기에게 연기를 가르치게 되는데, 원작에서 햄릿이 죽기 전 호레이쇼에게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전달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였다.


11.jpg
(출처 : 극단산울림 인스타그램)


 대본을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종종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는데 마침내 그들이 클로디어스 앞에서 인형극을 선보이는 장면은 꽤나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연극을 하는 광대들을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가 지켜보고, 또 그 모습을 관객들이 지켜보는 있는 형식이었다. 클로디어스가 극을 보며 자신의 악행을 떠올림과 동시에 관객들 또한 그 장면을 보며 무언가를,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묘하게 느껴졌다.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네.

옳은 건 옳은 대로,
그런 건 그른 대로 고스란히 비추어,
그 시대의 양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

<햄릿> 제3막 2장 21-24행


 원작에서 햄릿이 읊는 대사이다. 그리고 이 연극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무덤지기들은 파헤치는 것보다 묻거나 덮는 일이 쉽다고 말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그들이었지만 이 마지막 장면에서만큼은 웃을 수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소식을 매일 같이 듣는 현시대의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묻혀있지 않았는가. 사고하기를 거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끝없이 사고하고 사유하였던 햄릿이라는 인물처럼, 불편함을 마주하고 진실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해야 할 것이다.


상세페이지 햄릿.jpg
 


tag.jpg
 

[정나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