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두 번째 가는 공연이다_집시의 테이블

글 입력 2018.03.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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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그 해엔 가을이 늦게 시작되었던 기억이 난다. 9월 말이 다 되어서야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온 몸을 뒤덮었던 끈적거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매년 맞이하는 가을임에도 바깥에 나오는 일이 더는 힘겹지 않겠다는 사실에 순간 기뻐져 동생과 함께 한 공연을 보러 갔었다.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 집시의 테이블 >


 집시라는 말에 무작정 이끌려 선택한 공연이었다.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늘 스스로를 ‘노마드’라 칭하곤 했다. 유목민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 아니, 어쩌면 떠돌고 싶은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실상은 현실에 얽매인 대학생이니까. 하지만 우리 중 대다수는 대학생활 중 최소 반 년 이상을 외국에서 보냈고쉬는 시간이면 교내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른 세계를 꿈꾸곤 했다. 스페인, 캐나다, 독일, 말레이시아, 대만, 조지아, 러시아, 핀란드, 몽골, 페루, 칠레, 네덜란드... 우리는 노마드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믿었으며 불안정한 미래를 사랑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비던 우리도 고학년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주저앉았다. 학점과 취업준비에 급급한 전형적인 취준생이 되어가는 동기들을,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기가 힘들어서였을까, 지난 가을 학기는 삼키기 싫은 약을 목구멍에 꾸역꾸역 쑤셔 넣는 마음으로 매순간을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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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나날을 보내던 내게 ‘집시’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답답한 속을 화-하고 뚫어주기에 충분했다. 옛날 집시들의 방랑길을 따라 프랑스에서 출발해 그리스, 아일랜드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보자는 그들을 신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조건 그 손을 붙잡고, 마음껏 흔들리며, 어디든 다녀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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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보여준 세상은 기대이상이었다. 나는 낯선 악기들이 들려주는 선율에 은근슬쩍 걸터앉아 아이리쉬 댄스와 집시스윙을 보았고, 집시의 방랑에 동행했으며, 그들의 ‘테이블’에 초대받았음을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잠시동안이었지만, 노마드가 될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본 공연이기에 더 괜찮은 프리뷰를 쓸 수 있을 거라 자부했었다. 하지만 고민하면 할수록 ‘두 번째 가는 공연이다’는 말 한마디 보다 설득력 있는 프리뷰는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여 지난번 기고했던 리뷰를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오는 30일 돌아오는 집시들을 맞이해본다.


Gypsy_Poster_G.jpg
 

"월드뮤직은 여행과 같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 집시의 테이블 >은
긴 여행을 통해 얻은 이야기들을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관객들과도 나누기 위해,
세상의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제작되었다."

by 하림









태그.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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