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천상에 닿을 그의 기도문, 베토벤 장엄미사 [공연]

글 입력 2018.03.1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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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베토벤 장엄미사 포스터.jpg
 


Prologue.


종교를 떠나서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듣는 동안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다. 종교적인 의미와 라틴어 가사, 잘 짜여진 음악의 형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성스럽고 웅장한 그의 음악에 몸과 마음 모두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신의 가호가 있길 바라며 축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던 미지의 존재가 나의 말을 듣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내내 들었던 것 같다. 베토벤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삶의 막다른 곳에서 걸작을 탄생시키며 그는 신에게 어떤 간절한 기도를 올려 보냈기에 이런 곡을 쓸 수 있었던 것일지 곡을 듣는 동안 조심스레 짐작해보았다.



종교 음악의 차원을 높이다


장엄 미사(Missa Solemnis)는 큰 범주로서는 종교 음악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장엄미사가 거행될 때 연주되었던 음악이다. 베토벤의 것이 가장 유명한데, 미사곡의 관례에 따라 5가지 미사통상식문을 음악화하여 곡의 짜임도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곡 Kyrie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2곡 Gloria 영광송
3곡 Credo 신앙고백
4곡 Sanctus 거룩하시다
5곡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 양


0304 베토벤 장엄미사 공연사진2.jpg
 

총 5곡으로 구성된 장엄 미사의 가사는 모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느님에 대한 찬양과 믿음으로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많은 악기의 등장으로 연출되는 웅장한 흐름에 맞추어 합창단의 노래가 동시에 흘러나와 장대한 소리가 높이 뻗어나갔다. 장엄 미사가 기존 종교 음악의 차원을 높였다고 평가되는 것은 아마도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 속에서도 신도들의 하느님에 대한 마음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늘로 높이 뻗어가 최대한 그들의 안식처에 가까이 닿고픈 믿음을, 높은 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간절함으로 표현한 마디에서는 그의 예술혼까지 더해져 풍부한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기도에 담은 예술혼


Preview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베토벤은 이 곡을 개인적으로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던 때에, 시대적으로는 나폴레옹 전쟁사의 한가운데서 써내려갔다. 삶에서 마주한 짐들을 숙명처럼 짊어지고서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하기도 했다.


하느님께 다만 내가 살아가면서
죽음의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 하는 동안,
그 성스러운 뜻으로써
나를 궁핍으로부터 지켜 주십사
기도할 따름입니다.

나의 숙명이 가혹하고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
이를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1872. 3. 14.
모세레스에게 보낸 편지 中


장엄 미사는 예술을 위한 희생이라는 사명감을 본인의 과업으로 여기며 하느님께 올린 편지이기에, 이 곡은 그의 신앙고백 내용을 담고 있는 음악이자 기도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이끌어준 예술과 같이, 신에 대한 깊은 찬양과 신앙심을 표현한 언어로서 듣는 이들의 영혼을 오늘날까지도 성스럽게 치유해주고 있다.


0304 베토벤 장엄미사 공연사진3.jpg
 

베토벤의 잘 알려진 다른 곡들보다, 그리고 다른 종교 음악보다 이 곡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어쩌면 신에 대한 굳은 믿음과 내면의 깊은 절규에 대한 공감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과 전통이 중요하기에 다소 지루하거나 정형적일 수 있는 종교음악에 독창적인 예술혼을 더하고, 대규모의 화음과 연주로 끊임없이 피워내는 생명력을 장엄 미사에 담아낸 이는 베토벤이 아마 유일할 테니까 말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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