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의 고통과 그의 미소

글 입력 2018.03.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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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고 고결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다만 그 한 가지만으로도
불행을 견디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증명하고 싶습니다.”

1818.2.1.
빈 시청으로 보낸 편지 中


순수한 사람의 어떤 것은 그 순수함만으로 우리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베토벤의 곡들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그가 청력을 잃고 수많은 고통 속에서 만들어 낸 장엄미사에는 그의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과 낮은 곳에서 신을 찬미하는 겸손함이 느껴진다.

1872년 3월 14일, 베토벤이 모세레스에게 보낸 편지 중 이런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나의 숙명이 가혹하고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지고한 뜻을 참고, 쫓는다면 (신께서) 이를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종교적 신념과 겸손은 그의 고난으로부터 더욱 견고해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된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우리로 하여금 조금 더 진득하게 살아 볼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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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미사통상문에 따라 Kyrie(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Gloria(영광송), Credo(신앙고백), Sanctus(거룩하시다), Agnus Dei(하느님의 어린양) 이렇게 총 다섯 곡으로 진행되었다. 곡들 속에 드러나는 웅장한 내적 힘과 섬세한 간절함에는 그가 생전 느꼈을 모든 감정들이 녹아있는 듯했다. 나는 이번 공연 프리뷰에서 고흐를 떠올리며 연주를 기다린다고 글을 썼는데, 연주를 듣고 나니 그 떠올림이 꽤나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거장의 이러한 공통적인 울림은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잘 말해준다.

요즘 분야를 막론한 성추행/성폭행에 대한 고발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문화·예술계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가면 아래 그런 비겁한 일들이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며 상처들은 계속 드러나야 할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베토벤이 장엄미사를 통해 말해준다.


“마음으로부터 나와서
마음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신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장엄미사] 악보의 메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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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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