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연의 무한한 힘, 그리고 그것이 주는 기쁨 [문학]

글 입력 2018.03.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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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여러분은 자연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여기 자연을 통해 치유 받고
누구보다 충만한 기쁨을 누렸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William Wordsworth입니다.

그는 영국의 대표적 자연주의 시인으로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썼는데요,
오늘은 그의 작품 중 하나인
I Wandered Lonely as a Cloud(수선화)라는
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Daffodils)

                                                            William Wordsworth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이 시는 화자가 여행을 하며 발견한 한 무리의 황금빛 수선화(golden daffodils)와 그것들이 호수에 비치는 것을 보며 느꼈던 기쁨을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시를 읽으며 화자의 마음이 참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나의 golden daffodils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화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집에 온 이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그런 아름다움을 가진, 저의 golden daffodils는 햇빛을 받아 잘 익은 벼, 빨갛게 익어 햇빛에 반짝거리던 사과, 어두운 밤에 하늘을 수놓았던 별, 시끄럽게 울던 귀뚜라미 소리였습니다.

저희 집은 시내에서도 아주 안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집 주변을 논이나 밭, 과수원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몰랐지만- 자연은 언제나 제 가까이 있었습니다. 시의 1연의 5,6행을 보면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에 한들한들 춤추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은하수와 같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면서 해가 뜨는 아침과 해가 지는 저녁에 햇빛에 황금빛으로 물들던 벼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람이 불면 황금빛 벼들은 한 방향으로 흔들리며 귀를 간지럽게 하는 소리를 냈고 저는 그 길을 따라가며 눈과 귀로 벼를 감상했습니다. 어느 날은 햇빛에 반짝이는 과일들을 보며 걸었고 어느 날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걸었으며 어느 날은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노래 삼아 길을 걸었습니다.

화자가 수선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3연의 5,6행(I gazed~had brought:)을 보면 화자는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자연 광경이 자신에게 얼마나 값진 것을 안겨 주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에는 시골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풍경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 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봐왔기 때문에 익숙함에 사로잡혀 제가 얼마나 값진 것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칠까요? 우리는 익숙함이 멀어진 후에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입학해 서울에 온 이후에야 제가 자라면서 보았던 그 풍경들이 나에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시골에서 살다가 처음 대도시인 서울에 왔을 때에는 설레는 마음과 시골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자연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나며 복잡한 대도시에 답답함을 느낄 때쯤, 집 주변의 논과 밭들이, 반짝이는 별과 매일 밤 울던 귀뚜라미 소리가 그리워졌습니다. 집이 너무 멀어서 학기 중에 집을 잘 내려가지 않는 것도 제가 그리움을 느끼는 이유에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 시를 읽은 후에 그 때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길을 걸으며 느꼈던 자연은 제게 참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지쳐있던 시기에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밤에 집으로 걸어오며 들었던 벼가 흔들리는 소리, 반짝거리던 별을 보는 그 찰나의 순간 순간이 참 많이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집에 내려가면 저도 익숙함에 속아 잊고 있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습니다.
  

[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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