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아웃사이더 정신 이어나가기_출판저널 503호

글 입력 2018.03.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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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열심히 해라, 게임하지 마라, 친구들이랑 너무 놀기만 하는 것 아니냐 따위의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는 나의 부모님은, 우리 자매가 돈을 아까워 할 만큼 돈을 가지고 있지도 않던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같은 잔소리를 하시곤 했다. ‘책 사는 돈 아까워하지 마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부모님은 우리 자매가 친척들에게 용돈을 받았을 때 그 중 일부를 무조건 책을 사는 데 쓰도록 하셨다. 어린 시절 아빠차를 타고 도심 속의 숲속같이 꾸며놓은 작은 아동서적전문점에 드나들던 일이 떠오른다. 그곳에만 가면 우리는 사장님의 조언을 받아 동생 10권, 나 10권 이렇게 숫자를 채워 두 손 한 가득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부모님덕에 스물 네 살의 나는 이제 잔소리 없이도 책을 사고, 책을 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책을 당연히 소중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출판저널 >에 호기심이 일었던 것도 사실 그것이 잡지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출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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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도서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것과, 도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산업을 이해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책은 이미 정보의 원천이 될 수도 없고, 비효율적이고 귀찮고 무거운, 한 물 간 레코드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줄글을 읽는 걸 원치 않는다. 종잇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동을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과거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이 인정받고 더불어 칭송받던 시대는 지났다. 이는 ‘책이니까 대우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생산방식과 전달방식을 유지하는 건 어리석은 고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 출판저널 >을 처음 접한 건 아트인사이트를 통해서였다. 당시 494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출판저널의 발행인 정윤희씨의 것이었다.


“출판인, 편집자, 문화평론가, 출판평론가, 경제학자, 노동학자, 교육자, 등 올해 <출판저널>의 편집체제 변화를 주면서 출판 '밖'에서 출판을 바라보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의식과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의 출판을 바라보는 것부터 출판의 혁신이 시작 된다.”


 아웃사이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 단어에 눈길이 간다. 이는 꽤나 배타적인 출판업계에 외부의 의견과 시선을 수용해야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주류에서 점차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출판과 도서의 현 위치를 정확히 짚어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인식은 '사양 산업'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출판사업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494호에 이어 올해부터 격월로 발행되기 시작한 <출판저널> 503호를 읽기로 마음먹은 건, 494호에서 읽었던 발행인의 마음과 가치가 얼마나 유지되고 또 반영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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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3호
CONTENTS


책문화 정보


에세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 이산은
지식백화점이라는 솟대를 세운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 / 신경미


책문화 학술상

장준호 박사의 제1회 PRN 책문화 학술상 선정
     ‘류성룡의 징비록 연구’


칼럼

출판계 리더십에 대하여 / 정윤희
한국 시문학의 해외진출 전략 모색할 때 / 이구용
디지털콘텐츠, 기술과 융합하다 ➀증강현실(AR) 기술과의 융합 / 이은호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 어디까지 왔나 / 백원근
현대사회를 분석한 《 부족의 시대 》, 미국의 대중국 연구동향 《 예정된 전쟁 》 / 정승욱
 

책문화 이슈

국민주권시대의 공공도서관 정책을 말하다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업무계획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를 위한 모색과 대안④
지방분권 시대, 지역출판의 시대가 온다
   

< 출판저널 >이 선정한 이달의 책

편집자 기획노트
그림책 편집자 기획노트


신간목록

 

 < 출판저널 > 503호는 기존 방식대로 전반적인 책문화 이슈 및 해외 책 문화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시문학의 해외진출, 디지털콘텐츠 및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 그리고 출판업의 지방분권 등 독특한 주제들도 다룬다. 특히 이 '독특한 주제들'에 거든 기대가 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주요 매체가 활자 에서 시각 매체로 변화되고 디지털화되는 현실을 출판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기에 그렇다. 플랫폼기업인 북이오와 함께 '출판저널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오픈하고 2010년부터 최근호까지 PDF로 구독이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아웃사이더' 정신인 동시에, 한 때의 영예를 내려놓을 줄 아는 '겸손함'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하고 또 귀중히 여기는 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 출판저널 >은 세상에 무슨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그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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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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