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 친해지길 바라 : 2018 정동극장 기획공연 < 적벽 >

2018 정동극장 기획공연 < 적벽 > Preview
글 입력 2018.03.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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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와 나

 
세상엔 친해지고 싶지 않은 게 있다. 문화라고 다를까. 굳이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읽고 싶지 않은 것도 있는 법이다. 나에겐 삼국지가 그렇다. 아무리 문학을 공부하고, 영화를 즐겨 봐도, 도무지 삼국지와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더라. 최초의 거리감은 투박한 그림체의 '만화 삼국지'가 만들었다. 거기에 학창시절 내내 머리 아팠던 한자까지 가세하니,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저건, 재미없고 지루한 남자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관우를 모르면 무식한 거’라던 한 남성의 무시와 '삼국지로 지식 테스트하는 법'도 있다는 속설에, 무관심은 괘씸으로 변했다. 내가 삼국지를 안 봤다고 바보 취급을 당해야 해? 단단하고 높은 벽이 삼국지와 나 사이에 세워졌다. 중국 영웅들의 호연지기를 봐서 뭐한담. 유비, 관우, 장비 몰라도, 중국 후한의 역사를 몰라도, 난 똑똑하게 잘 살 수 있어! 뭐, 그런 생각이었다.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히 예상해보건대, 삼국지 앞에는 꽤나 많은 돌벽들이 꿋꿋이 진을 치고 서 있을 것이다.

 
정동극장_2018 적벽_포스터.jpg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다. 수많은 문화 콘텐츠는 제 모티브에 삼국지가 있다고 소리쳐댔지만, 중국 후한의 영웅들에겐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다만, 단단한 벽 중간엔 작은 구멍 하나가 생겨, 저 편을 살짝 엿보게 했다. 때는, 고전 문학 시간이었는데, 교수님께서 한자가 가득한 종이를 나눠주시며 말씀하셨다. 한자라고 거부하지 말고, 텍스트 속 개개 인간들의 고민과 애환을 느껴보라고. 삼국지란 거대한 이름 이면엔, 난세에 처한 개인들, 정의를 향한 열망, 전쟁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있다고. <적벽가>였다. 와 닿지 않는 고전적 표현과 빼곡한 한자에, 역시 눈을 찌푸렸으나, 작은 호기심은 벽에 작은 구멍을 냈다. 영웅들의 호방한 기세가 아니라, 전쟁과 정의를 대하는 개인의 고민을 보여준다면, 그게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다면, 견고한 벽은 깨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시놉시스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 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


    
 
고전과 현재


내 벽을 허무는 것만큼이나, 고전의 현대화 역시 힘겹고 고된 작업이다. 벽을 쌓고 있는 관객들에게 고전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하며, 자신만의 재해석으로 고전을 채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하다간, 고전을 향한 관객의 벽을 철옹성으로 만들 것이며, 또 조금만 삐끗했다간,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지워버리게 되니, '고전답게, 현대적으로'라는 말은 이 얼마나 무거운 요구인가.

 
보도사진_정동극장 2017 적벽_1.jpg
 

고민의 답은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이 선보일 것이다. <적벽가>를 고전답게, 현대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노고는 오롯이 무대가 증명해낼 게다. 각 부문의 협업과 실험으로 판소리 공연의 현대적 해석을 일궈내겠다는 각오는 꽤나 자신에 차있다. 먼 옛날의 무대는 모던하게, 판소리와 창작음악은 조화롭게, 어려운 한자나 음률은 ‘보이는 소리, 들리는 움직임’으로 세련되게 펼쳐질 거란다. 작품의 포부에선, 관객과 고전을 이으려는 치열한 노력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관객은 <적벽>을 통해, 혼란한 시대 속 정의를 느끼고, 재미있게 고전을 만나며, 고전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거라니, 박수와 기대를 어찌 안 보낼 수 있겠나. 그 각오대로, 삼국지를 읽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적벽>을 즐길 수 있길, 그래서 우리, 삼국지와 나, 고전과 현재가 친해질 수 있길. 벽을 허물지 말지는, 이제 판소리와 춤의 화려한 대전(對戰), <적벽>에 달려있다.



공연정보






INTRODUCTION


공 연 명
2018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

공연일정
2018년 3월 15일(목) - 4월 15일(일)

공연시간
화 - 토 8시 / 일요일 3시 (월 쉼)

공연장소
정동극장

러닝타임
90분 내외

관 람 료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학생할인 15,000원 (24세미만)

관람등급
8세 이상

주최‧제작
정동극장



CREATIVE STAFFS


스 태 프
대본‧연출 정호붕
안무 김봉순  음악감독 이경섭 
비주얼아트디렉터 박선희
작창‧소리지도 유미리  작‧편곡 김창환
무대 김대한  의상 김연향  분장 이지연

출    연
윤석기 정지혜 최하늘
김강산 이건희 정보권 정혜수
윤영진 이금미 이재박 이재현 강나현 이건호
이성현 임지수 이유리 엄  지 심예은 이용전

연    주
타악 강성현  고수 추지훈
아쟁 김범식  대금 김철환  피리 오영빈



웹전단.jpg



프레스 명함 업로드.jpg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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