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일기] 남겨질 우리의 말들

글 입력 2018.03.0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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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박주현]


언젠간 찾아올 이별이었고, 알고 있던 것이었다.
다만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뿐.
며칠 전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시골에서 천안에 있는 병원으로 올라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디가 편찮으신거냐는 나의 질문에
나이가 드셔서 그래,
덤덤히 이야기하던 엄마.
그 덤덤함이 어쩌면 나보다 훨씬 일찍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 아버지만큼 건강하시고
자식들한테 피해끼치지 않는 아버지가 어딨어.
우리는 엄마 아버지한데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해.
삼촌과 통화 중 먹먹해진 마음으로 엄마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그러시다 아프신 그 순간마저도
우리에게 피해끼치지 않으려 하셨다.

어제 할아버지가 우셨다고 하네.
왜?
할아버지도 죽음이 무서우셨던 거야.
그 후의 우리의 침묵은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남겼다.

엄마도 나도 할아버지도 다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사람은 언젠간 떠난다는 것을.
하지만 엄마도 나도, 할아버지도
우리는 모두 처음 하는 이별이기에
우리는 떠난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두려움을 남기는 이별을 위해 준비한다.

후회할까. 후회하겠지,
뭐든 더 해주지 못한 미안함만 남은 자리에 우리는 살겠지
나는 적은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남겨진 사람을 위해 사진을 더 찍어두지 못한 미안함에 살겠지.


[박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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