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기에, [문학]

김운하, '선택, 선택의 재발견'을 읽고
글 입력 2018.03.06 12: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을 읽을 때면 큰 기대를 했던 책이 생각보다 별로일 때도 있는 반면,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딱 필요로 하던 책인 경우도 있다. 눈에 띄는 표지와 ‘선택’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펼쳐본 김운하 작가의 <선택, 선택의 재발견>. 필자에게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PreviewResize.jpg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마주한다.

 최근, SNS나 TV를 볼 때면 ‘선택 장애’ 혹은 ‘결정 장애’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선택 장애 :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


이는 과거에 비해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지고 선택의 자유까지도 보장되는 반면 사람들은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단어이다. 선택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대신 결정을 해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선택 장애가 분명 몇몇 사람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을지, 또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이처럼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들을 직면한다. 때로는 별 고민 없이 무의식적으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결정이 가져올 미래를 생각하며 신중에 신중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모든 선택에는 크고 작은 후회가 따른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거야’, ‘그때 그랬었더라면 어땠을까?’와 같이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모종의 미련을 보여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필자 또한 무수히 많은 선택을 직면하며 우왕좌왕해보기도 했고 좋지 않은 결과에 크게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이 후회 남지 않는 선택을 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후회할 수밖에 없는가

 저자는 책을 고른 독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책의 서두에서 수많은 선택을 직면하는 우리의 삶과 왜 우리는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론적인 근거를 들며 설명한다. 사람들은 매우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발생 가능한 모든 우연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의 의식은 소설가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선택에 대한 감정과 그 해석을 바꿈을 날카롭게 집어낸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와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상적으로 설명하기보단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근거로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나이기에

 수많은 선택 속에서 후회를 느껴봤기에 책이 끝나갈수록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마음이 조급해졌었다. 그러나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가 <리스본 야간열차>의 주인공 프라두의 예를 들어 전하는 메시지를 보고는 그 조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프라두에 따르면 그런 짓은 좀 정신 나간 일이다. 왜냐하면 그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으려면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였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상황의 압력 때문이건, 아니면 당시의 지식과 경험, 성격의 한계 때문이건 간에, 그때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우리들이었다.

- <선택, 선택의 재발견> 中


 다른 것들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더라도 결국 그 선택은 나였기에 했던 것이다. 선택을 후회하는 나와 선택할 당시의 나는 다른 사람이기에 우리는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이 글을 보며 필자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명쾌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선택이 주는 불안과 후회가 나 자신을 좀먹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었다.



김운하 작가가 제시하는 나름의 해답

 그렇다고 저자가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글을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피크 엔드 법칙을 소개하며 자신이 생각한 답을 제시한다. 피크 엔드 법칙이란 과거의 경험에 대한 평가가 마지막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 근거해 저자는 사람들은 선택의 결과가 좋으면 선택을 긍정적으로, 결과가 나쁘면 부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선택하는 삶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함으로써 불안과 후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저자의 해답도 좋지만 이 책의 매력은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선택을 마주한 삶 속에서 고통받았던 독자들이 어느 정도의 공감과 위로를 받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