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두 시간 동안의 작은 산림욕, < 리틀 포레스트 > [영화]

글 입력 2018.03.1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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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삶에 지친 혜원(김태리)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에 내려온다.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의 합격과 자신의 낙방, 계속되는 아르바이트 스트레스로 고향을 도피처로 삼은 것이다. 쫓기듯 내려온 그녀는 마치 주문처럼 ‘금방 올라갈 거야’를 계속 되새기며 그 해 겨울을 보낸다. 영화 속 혜원은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가 강조하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당시의 행복과 즐거움을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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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보기 힘든 도시의 삶. 심지어 요새는 맑은 하늘조차 보기 어렵다. 이러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자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특별한 보정이나 효과를 가미하지 않아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계절과 시간에 맞는 매력을 뽐낸다. 봄에는 자라나는 연초록빛 새싹들과 겨울잠에서 깨어난 청개구리, 노란 산수유 꽃이 있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과 더위에 단비가 되어주는 장마, 여름밤 계곡의 낭만이 있다. 가을에는 황금빛 논과 수확의 기쁨이 있으며 겨울에는 아름다운 설경과 온기에서 나누는 이웃과의 정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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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재하(류준열)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은 종종 정신 차리라며 우리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기도 한다. 봄여름 내내 아끼고 살폈던 논밭이 장맛비로 한 번에 쓰러지기도 하고 폭우를 맞아 아직 채 익지 않은 열매들이 떨어져 뒹굴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흉작은 인간의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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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연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 고생하며 씨를 뿌린 양파는 더 단맛을 선사해주고 더운 뙤약볕 속에서 잡초를 제거한 작물은 더 크고 실하다. 항상 합당한 결과를 제공해주는 자연의 매력은 서울에서 일하던 재하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했고 혜원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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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말라붙은 냉장고 속 재료들이 아닌 수확물로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내 허기를 채우는 혜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허기 역시 해소된다. 아름다운 자연 속 한적한 시골집에서 자급자족을 통해 살아가는 삶. 어쩌면 많은 현대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마치 톡 쏘는 탄산수를 한 잔 마신 것처럼 가슴이 상쾌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이 되어준 영화. 푸르른 논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혜원의 미소가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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