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 레드북 > : 자신에게 솔직한 여인, 안나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3.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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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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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뮤지컬 <레드북>이 재밌다며 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왔다. 그리고 바로 나는 "그래"라며 수락하였고, 치열한 티켓팅 전쟁에 참여해 세종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 <레드북>의 첫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친구와 찾은 세종문화회관에는 뮤지컬 <레드북>의 첫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나 또한 친구와 설렌 마음을 가득 안고 입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 입장이 시작됐고, 자리에 앉아 뮤지컬 <레드북>을 만나게 되었다.
  뮤지컬 <레드북>은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안나는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을 당하고 도시로 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며 여러 고난에 맞서게 된다. 안나는 여느 인물과는 다르다. 19세기 영국은 보수적인 국가였으며 특히나 여성은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되며 글을 쓰기가 힘들었던 시대이다. 게다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었다. 그런 시대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이다. 그 예로 극 중 주인공 안나는 여성은 직업을 가지지 않고 그저 결혼하여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야 된다는 말에 반박한다. 또한 그 시대에 금기시되던 행동들을 계속하며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나 자신을 주인공 안나에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자신의 젠더가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을 안나에 대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19세기 런던인 그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지금은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많은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극중 안나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는 누군가 안된다고 할 때마다 '왜요?'라며 반문한다. 안나도 마찬가지이다. 안된다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자신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려 하지 않는다.

  계속된 설명에서 느꼈겠지만, 뮤지컬 <레드북>은 페미니즘 성격을 띤다고도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젠더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보면 좋을만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 뮤지컬의 매력들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왔던 나를 빠져들고, 극 속에 이입하도록 만들었다. 페미니즘적인 내용도 이 뮤지컬을 보는데 의의를 둘 만하지만, 성적인 요소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이 뮤지컬을 재밌게 보는 데 한몫한다. 주인공 안나는 스스로를 '야한 여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뮤지컬 <레드북>은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대사로, 때로는 몸짓으로 뮤지컬을 보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하는 뮤지컬이다.



  나는 스스로 뮤지컬 <레드북>을 본 것을 성공적이라 결론지었다. 이런 뮤지컬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서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 레드북 보도자료


[최은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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