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예술의 가치 지속을 위한 '미투 운동' [문화전반]

부도덕한 예술가와 그들의 업적에 대한 논란
글 입력 2018.03.0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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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뜨겁게 일어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대해 문화예술을 아끼고, 향유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상상치도 못했던 인물들의 악행에 화가 나고, 피해자의 진술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예술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투 운동에 대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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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투 운동의 시작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지난해 10월 미국 여배우 애슐리 저드가 한 제작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29일에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JTBC 뉴스룸을 통해 밝히면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2010년 어느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검사장은 서 검사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만졌고, 주위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렸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미투', '위드유’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문화예술계에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이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즉 예술을 하는 자들이 성추문이라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읽다보면 멋들어진 시로 마음을 움직이고, 울림을 주는 음악으로 감성을 일깨우고, 은유적이고 직설적인 연극으로 통쾌함을 주던 그들이 아니었다. 이에 온 국민들이 배신감과 상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훌륭한 업적을 남겼던 비윤리적인 예술가들의 업적 인정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예술성과 도덕성의 분리에 대한 입장 차이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필자의 입장은 이렇다. 그들은 예술가이기 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비윤리적인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고, 업적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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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을 인정할 시, 예술 사회 내 ‘침묵의 카르텔’적 관행을 지속시킬 것이다. 극단, 화단, 문단 등 예술 시장의 규모는 굉장히 협소하다. 즉 피해자들과 주변인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소수 힘 있는 예술가의 강압적인 요구에 대해 신진예술가, 여성예술가와 같은 권력이 약한 예술가들은 고통을 감내하며 침묵하게 된다. 한 여성배우가 오태석 연출가로부터 겪었던 사건을 뒤늦게 고백했다. 명성 있는 극단에 어렵게 입단하여 연출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이후 연극계에서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지속하고 싶었기에 침묵하였다고 주장했다. 관계성이 중시되는 극단에서 예술성만으로 비윤리적 행동을 묵인할시 잘못된 관행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중들이 예술인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작품과 발언에 내포되어 있는 그들의 사상과 실제 드러나는 성품에 차이를 느끼고 이중성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비윤리적인 예술가뿐 아니라 여타 예술가 또한 비슷할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 ‘예술가’ 자체에 대한 진정성을 잃게 된다. 고은 시인의 < 선제리 아낙네들 >은 우리의 삶,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서정성을 전달한다. 하지만 문단 내 알려져 있는 작가의 실체는 음담패설과 불필요한 접촉을 일삼으며 약자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와 같이 대조되는 모습은 예술가들이 이뤄온 공적과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또한, 범죄를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시킬 것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성만을 최고 가치로 삼아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간과한다면, 예술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윤리’란 단순하게 도덕적 측면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질서유지체계이다. 예술계에서 무질서가 허용된다면 이는 곧 사회 전체의 무질서로 이어진다. 한 문화평론가는 “극단 내 성범죄가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주변인들조차 윤리의식이 마비돼 성범죄를 큰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범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폭력적 관행에 무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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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던 거장들의 부도덕한 모습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예술과 인격을 구분하여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으로서 용기 내어 주장해본다. 그들은 예술이라는 가면을 쓰고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일삼았다. 따라서 ‘예술’과 ‘예술가’의 가치가 무너지지 않도록 비윤리적인 예술가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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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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