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의 공연으로 수 만 가지의 생각을, [공연]

곤지암 플루트 페스티벌 2018 갈라쇼 후기
글 입력 2018.03.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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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연주하던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기며 연주를 들었다. 시작과 동시에 그 소리를 듣자마자 놀란 것은 생각보다 많이 구슬픈 소리여서이다, 흔히들 플루트의 음색을 아름답고 물 위를 뛰놀며 곱디고운 것으로 표현하기에 나도 실제 소리는 잊은 채 그에 익숙해져있던 터다. 그래서 아름다움에 취해 행복함을 만끽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연주를 듣기 시작하는데, 갈수록 구슬퍼만 진다. 관악기만의 특유의 것인가 생각해봤더니, 리코더는 그렇지 않다. 다른 저음을 내는 악기들도 구슬프거나 하진 않는데 왜 유독 플루트는 그럴까. 일제 강점기, 이산가족 등 한국만이 유일한 ‘한(恨)’의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양에도 그 ‘한’이라는 게 있나보다. 흔히 말하는 ‘국(國)뽕’의 폐해인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연주자 개인의 특징이겠지만 숨소리가 2층에 앉은 나에게도 들렸다. 보통 크기의 공연장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정말 그 분이 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두어 분 정도가 그랬다. 듣고 있는 나의 머리가 더 띵해질 정도로. 호흡법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악기는 처음이다. 숨을 얼마나 쉬는지, 그 들이킨 숨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약간 경이로웠으며 나의 숨쉬기를 되돌아보는 경건한 시간이었다. 나는 나의 들숨을 착실히 사용하고 있는가. 나의 날숨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가, 정도..랄까... 숨쉬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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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 모양 자체에서 나오는 동글 동그란 음색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문득 ‘난 대체 이제껏 어떤 소리들을 들어왔기에 이런 게 다 들리는 걸까.’라는 의문도 살짝 들었다. 오케스트라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현악기들과 간드러지는 조화가 마음을 평안하게 했다, 약간 야매 유체이탈 같은 걸 경험했을 정도이다. 한 악기가 주를 이루어서 오케스트라와 여러 대화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공연은 처음이다. 이러다 이젠 악기별로 갈라쇼를 찾아 다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어느 정도 다 같이 소리를 내는 공연은 적당히 본 듯하다. 그래서 사람의 목소리나 몸짓처럼 그 개개의 표현의 부분 부분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원래는 어떤 소리를 가졌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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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드마레 맥길


 그리고 정말 갈라쇼, ‘축제’인 것이 느껴졌다! 모든 인종들이 참여한 보기 드문 말 그대로 ‘축제’이다. 흑인 플루티스트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또 한 번 알 게 모르게 깔려있던 선입견을 타파시켰다. 그리고 여러 실험적인 음악도 선보이고 한국적인 색깔도 선보였다. 우리나라 민요와 동요를 스승과 제자가 사이좋게 듀엣으로 연주하는 장면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거장들끼리 독주와 지휘 번갈아가며 선보였는데, 시작할 때나 끝나고나 오랜 시절 못보다 좋은 기회로 간만에 만나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뿌듯해졌다.

 길기로 유명한 갈라쇼라고 하지만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악기들도 이런 자리가 있는지, 플루트 씬(Scene)만의 독특한 문화인건지, 다른 씬들은 불가능한 것인지, 예술에서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문화가 나아갈 수는 없는지 등등. 하나의 공연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지 깨닫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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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곤지암 플루트 페스티벌
- FLUTE OLYMPUS -


일자 : 2018.02.21 (수)

시간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

주최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주관
㈜봄아트프로젝트

관람연령
미취학 아동 입장불가

공연시간
135분 (인터미션 : 15분)

문의
㈜봄아트프로젝트
02-73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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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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