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2018 산울림 고전극장 연극 <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 : 어떠한 경우에도, 햄릿

글 입력 2018.03.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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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산울림 고전극장"
<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

원작 셰익스피어 <햄릿>
극단 노마드 / 각색 및 연출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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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ew >


  모든 비극은 '이게 아니었는데'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운명을 극복, 전복시키기 위해 정말 죽을힘을 다했음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 혹은 ‘끝까지 피하고 싶었던 곳’으로 도달해버릴 때. 그 낭떠러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우린 '비극'이라고 말한다. 비극은 그저 장엄하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 속 안타까운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낭떠러지는 사람을, 아니 어떤 인생도 가리지 않고 굳건하게 존재한다.
  
  왜?
  
  우리는 인생을 책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로 내던져진 채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란 존재가 죽는 순간 '아, 내가 드디어 죽었구나'하고 책을 덮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태어남 자체가 비극의 씨앗이다. 내 삶인데도 완전히 내 것이 아니라니. <햄릿>을 예로 들어보자. 어쨌든 우리가 햄릿처럼 고결한 신분은 아닐지라도, 그처럼 답이 없는 막장인생을 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이를 죽이기 위해 살인계획을 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를 미친 듯이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건 흔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데도' 잃어버리거나 그 사랑에 배신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일상다반사인지. 죽음은 늘 있는 일이고. 그래서일까. 사실 '비극'은 너무 흔해서 희극 같아 보이기도 한다. 비극과 희극은 한끝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극이 ‘제대로 된 비극’처럼 보일 때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햄릿의 인생은 ‘햄릿’이라는 클래식한 고유명사의 권위만 지워버린다면 절대 자랑할 만한 인생이 아니다. 끝내주게 쿨한 것도 아니고 그저 고통덩어리라, 그처럼 살고 싶은 사람은 지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즉,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햄릿은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비극을. 끊임없이 독백하고 번뇌하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스스로 가야할 길을 결정하고 선택하면서. 이쯤 되면 포기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굳이 불구덩이 속으로 장렬하게 몸을 던진다. 전혀 비슷하게 살아본 적도 없고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인간 유형인 햄릿에게 왜 우리는 박수를 보낼까? 왜 쾌감과 공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명작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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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오스틴 애비, The Play Scene in Hamlet (1897)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우리 삶의 '비애'를 작품 <햄릿>을 예로 들면 쉽게 비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햄릿은 '모든 고민'을 '다' 한다. 끔찍한 운명보다, 그 끔찍한 운명을 자기 힘으로 사고하지 않는 것이 더 괴롭다는 듯이 말이다. 피곤한 인생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햄릿을 이해하고 연민할 수밖에 없다.
  
  2018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진행되는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극단 노마드가 맡았다. 이들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생존 당시 사고하기보다는 행동을 우선시했던, 그리하여 야만적일 수밖에 없었던 덴마크 인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는 다른 햄릿이란 인물을 통해 사고하고 사유하는 인간 햄릿을 만들어내게 된다.”라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사고하기를 포기해버린 우리 사회를 재조명해본다. 햄릿이 처한 상황, 그리고 그의 고민과 사고의 과정, 선택과 결단의 과정을 통하여 지켜야했으나 지키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는 것으로 이번 연극의 목표를 잡고 있다.
  
  기획 의도가 마음에 든다. 햄릿이 고결한 이유는 끝까지 자신의 결단을 믿고 돌진했기 때문이다. 사유하는 인간, 햄릿.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삶 앞에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걷는 햄릿’으로 남았다. 때문에 운명을 극복하거나 전복시키지 못하고 무너졌음에도, 그 무너짐마저 고결한 삶으로의 한 걸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멈추고, 생각하는 햄릿. <5필리어>에 이어 산울림소극장에서 보는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햄릿이 멈출 때마다, 그리고 생각할 때마다, 나 역시 내 삶의 한 순간을 멈추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Synopsis >

왕이 죽었다. 
거대한 장례의 행렬 뒤에 성대한 결혼식 행렬이 뒤따른다.
햄릿은 한 날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역시 잃었다.
그래도 여전히 모든 것이 왜곡된 질서 아래 빈틈없이 자리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의심 없이 재단한 듯 그 질서 아래 몸을 맡긴다.

그러던 중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에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고 괴로움과 번뇌에 휩싸이게 된다.
‘광증’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는 햄릿.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너뜨리고 찢기고 모든 것을 잃어가는 햄릿.
하지만 그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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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고전극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


원작 : 셰익스피어 <햄릿>

일자 : 2018.03.07(수) ~ 03.18(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3시
화요일 휴무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울림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 9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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