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풍경, 그 안에서 외치다.

글 입력 2018.02.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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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풍경 : The Veiled Landscape


2018.1.23-3.2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 1,2


잘 정비된 한강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아파트들, 우뚝 솟아 있는 고층빌딩들, 다양한 종류의 간판과 건물들이 빼곡하게 밀집해 있는 거리들, 우리가 바라보는 그럴듯한 서울의 풍경이다. 경제성장과 산업화‧도시화의 색이 덮인 서울, 우리는 이 서울에 익숙해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색이 걷힌, 화려한 형형색색의 조명이 꺼진 서울, 그 뒤에 있는 진짜 풍경을 들어다 본적이 있었을까? <두 번째 풍경>展은 바로 현실의 가장 가까운 경계에 맞닿아 있는 이 두 번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비해 잘사는 만큼 행복해졌을까? 삶의 부조리를 개선됐을까? 정말로 현재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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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풍경'展 전시 공간 일부. (출처: 네이버 이미지)


밝은 면 그리고 어두운 면 양단의 사회적 색을 품고 있는 우리의 현시대처럼, 특정한 색이 없는 무채색, ‘백색(白色)’의 벽으로 둘러싸인 화이트큐브 전시 공간 속으로 발을 디뎠다. 9명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과거와 현재의 괴리를 어느 한 풍경이란 시각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1층 갤러리는 주로 회화작품으로, 김기수‧노충현‧홍순명‧황세준‧김상균‧장종완‧안창홍의 작품들이 사이사이 공간의 구획을 통해 전시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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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2014년 4월 25일 Paengmok.April 25.2014, 2016
Oil on Canvas, 218⨯291cm


따뜻한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물든 바다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깊이 있는 슬픔의 감정까지 울리는 홍순명의 <팽목. 2014년 4월 25일> 은 그 앞으로 내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아 놓았다. 작가가 세월호 사건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달려가 직접 바라본 팽목항을 담고 있는 위 작품은 현실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생각도 못한 비현실적인 부조리‧아픔과 비현실적인 자연의 아름다움 사이의 모순을 하나의 시각예술에 담은 듯 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한 순간, 이 아름다움과 눈부심은 무언가 참담한 침묵과 슬픔이 억눌려 있는 듯 했다. 은빛의 반짝임으로 물든 이 바다의 풍경 이면에 있는, 인간의 개인적 혹은 사회적 이기심, 권력 구조가 야기한 고통과 희생의 아픔과 슬픔의 두 번째 풍경을 읽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이 풍경은 단순히 두 번째 풍경이 아니라 숨겨진 풍경이 아닐까. 우리가 관심을 지니고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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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완, <붉은 산 아래>, 설치, 공간에 전시된 모습


장종완 작가의 전시 공간 한 가운데에, 천장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추-욱 내려와 있는 <붉은 산 아래>는 나에게 신선한 시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작가가 고모에게 얻은 러시아산 은빛 여우 목도리 몸통 가죽에 그려진 위 작품은 러시아 자연 풍경과 그 안에서 행복하게 거닐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파스텔 톤의 색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미지의 그림과 조금은 기이하게 보이는 털가죽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안락함 이면의 희생되어진 것들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두르고 입는 털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작가는 지적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만연해온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하, 인간의 편안함과 이기심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고통 받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지게 되었다.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겨울, 두툼하고 긴 ‘롱패딩’ 차림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롱패딩 유행까지 몰고 왔다. 거리에 나서면 발목까지 떨어지는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거위나 오리 등의 솜털을 사용하는 롱패딩, 동물보호단체 등의 고발로 거위와 오리에게서 털을 채취하는 방식 잔인한 방식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다운 패딩의 충전재는 대부분 거위와 오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솜털을 뜯는 방식으로 채취되며, 구스다운 패딩 하나에 15~20마리의 거위가 희생된다고 한다. 단지 좀 더 가볍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잔인하게 생명체를 학대하며 채취한 외투를 입어야 하나? 그의 시각적인 작품이 나에게 심오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부끄럽고 아이러니하게도 내 방 옷장 속에 덕다운 롱패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붉은 산 아래>가 보여주는 털가죽이 나를 질책하는 듯 했다.

*

3월 25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풍경>, 개강이나 개학 등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것만 같은 3월이 되기 전, 사회의 여러 가지 색에 의해 꾸며지고 가려져 평상시에 보기 어려웠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두 번째 풍경을 보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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